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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수영

by 윤부파파

복직 이후 회식 다음날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수영을 가고 있다. 강습을 신청하지 못해 자유수영을 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 때와 스스로 혼자 해야 하는 것은 나로서는 상당히 힘들다. 그래도 하나뿐인 자유레인에서 눈치껏 사람들을 따라 뱅뱅 돌다 보면 하루에 1.5km 이상은 꼭 수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 스스로 100m 의 벽에 갇혀 있었다. 왕복 두 바퀴를 다녀오면 멈추게 된다. 숨이 많이 가쁘지는 않지만 왠지 100m 에서 더 가야 할 의지가 꺾이곤 했다.

오늘 한참을 빙빙 돌고 쉬고 있는데 항상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께서 옆에서 쉬며 말을 건네어오셨다.

"총각은 수영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겠네."로 시작해,

"10바퀴씩 돌아야 돼.", "나는 지금 15바퀴씩 돌고 있어."

나는 힘이 든다. 팔이 아프다 그래서 못 돌겠다. 고 답했다.

그러니

"아니야, 해봐야 돼. 미쳤다고 생각하고 돌아봐." 이렇게 용기를 주셨다.


그러고,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어. 쉬지 않고 6바퀴를 돌았다. 물론 뒤로 갈수록 수영 폼도 엉성해지고 했지만...

6바퀴, 300m를 한 번에 가다니... 팔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항상 내 속 안에서 핑계거리만 찾다가 아주머니의 응원 덕분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아직 데미안도 읽어보지 못한 나,

무언가 100m의 알에서 깨어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 달은 새벽 중급반 수업을 운 좋게 신청했다. 4월 한 달 열심히 해서 상급반 올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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