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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18. 2024

M과 K의 이야기 그리고 그 후

-다시 M-


M은 술을 끊었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었다. 술을 참기 위해 하루에 20킬로 정도를 걸었다. 한 일주일을 그렇게 지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과거의 M은 독서를 좋아했다. 집에도 벽 한가득 책장에 책이 무수히 많이 꽂혀 있다. 취기에 중독되다 보니 글이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독서를 하지 않았다. 문득 걷는 와중에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을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잘 갔다. 글을 쓰는 순간 아무런 잡념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다. 연락은 하지 않았다.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하지 않았다. 지척에 있는데도 K를 볼 수 없는 것이 술을 참는 것보다 몇 배로 힘이 들었다. 


M은 생각했다. 그냥 군대에 있다고 생각하자. 핸드폰도 없던 시절 군대에 있고, 군인이라 술을 못 마시고 연락도 잘 못하는 신병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일과가 끝나고 글을 쓴다고 생각하자. M은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다. 


뭔가 배우기 위해 월요일 하루 악기레슨을 등록했다. 그리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2시까지 투잡을 하기로 한다. 시간적 틈을 주지 않기로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여 본다. 그럼 되지 않을까. 고된 하루가 이어진다. 틈이 없다. 남는 시간은 틈틈이 글을 쓴다. 약을 꾸준히 먹고 금주를 이어간다. 잠이 소중해진다. 비록 약을 먹고 잠에 들지만 잠을 잘 자니까 하루가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다 문득 K가 생각났다. SNS, 전화 문자가 차단이 되어있고, 카톡만 차단이 되어있지 않다. 독하다 생각하면서… 그래.. 신경 쓰고 싶지 않겠지.. 학기도 시작했고 집중하고 싶겠지 생각해 본다. 해서 긴 편지를 한통 적었다. 그냥 약 두 달 정도 기간 동안 얼마나 어떻게 변해 살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내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었다. 


나의 그리움을 적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편지를 보냈다. 과연… 편지를 받은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억지로 건네받은 느낌이었을까.. 그래도 잘 해내고 있다는 안도를 했을까. 


M은 생각한다. K도… 내년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M이 스스로 잘 이겨내서 본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길 바란다고.. 그런 희망으로 오늘도 M은 하루를 보낸다. 




-다시 K-


그날 이후 바쁜 삶을 살아간다.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학기는 잘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M의 전화나 문자를 차단했다. SNS도 차단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신경 쓴다고 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사람은 분명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은 각자의 시간을 잘 살아가는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본다. M과의 시간이 빠지니 그래도 순조롭게 돌아간다. 학기를 준비할 시간도 많아진다. 그래.. 그럼 된 것 아닐까.. 이대로 M이 사라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이별을 고한 거니까.  M이 나에게 말했다. 차라리 더 모질게 꺼지라고 말해달라 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이 진정으로 변화하길 바랄 뿐이다. 스스로 소소한 행복을 찾길 바랄 뿐이다. 내가 쓰는 방법이 옳든 아니든, 상처가 되든.. 극단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만나는 기간 동안 봤으니까.. 


그래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준다. 그 사람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인연이 아닌 거라 생각해야겠지.. 난 지금 편안한 걸까. 보고 싶은 걸까. 생각나는 걸까.. 모르겠다. 다만 강해지길 바라 한 행동이 있으니 나도 강해져야겠지.. 생각해 본다. 


평소와 같은 하루, 학원에 출근을 한다. 우체통을 확인한다. 고지서들 사이에 흰색 편지봉투가 하나 보인다. 뭐지? 하고 보니 M이 쓴 편지가 도착해 있다. 학원에 가 책상 위에 올려 한참을 바라본다. 무슨 편지일까. 무슨 내용일까… 한참을 바라보다 K는 편지를 책상 서랍에 넣는다. 




-M과 K-


시간이 흘러 한 해가 지났다. 새해가 되었다. 그리고 한주가 지나 M이 K에게 연락을 했다. 공중전화였다. M은 나야 라고 말했다. K는 응.이라고 말했다. M은 네 집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라고 했다.  K에게 어딘지를 물었다. K는 집이라고 했다. M은 기다릴 테니 보자고 말했다. K는 한참을 대답하지 않다가 알겠다고 했다. 기다려 달라 했다. M은 서서 한참을 기다린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해본다. 4달이란 시간을 떨어져서 보냈다. M은 술을 이제 혼자서 마시지 않는다. 취해있지 않는다. 간혹 마실 일이 있으면 맥주를 조금 마시곤 한다. 약도 계속 먹고 있다. 잠도 잘 자고, 취미로 배운 악기도 제법 늘었다. 3개월을 투 잡을 새벽까지 하며 K를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또 참았다. 기다리는 동안 K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쩌면 평온에 이르렀는데 내가 그 평온을 깬 것일까, 나를 다 잊었을까, 오늘의 만남이 그리 달갑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M은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 본다. 1월의 낮 기온이 제법 쌀쌀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저기 멀리서 K가 보인다. M에게 걸어온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온다. 이윽고. 둘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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