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2024.11.26 ~ 2024.12.02
일지 2024.11.26 ~ 2024.12.02
이번 일지는 나의 부끄러운 독백이자 고백이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계에 대한 내용이다.
지난 한 주 사내여행으로 교토를 다녀왔다. 처음으로 계획도 의욕도 없는 여행이었다.
사실 가기 전날까지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여행을 할 힘도 무엇도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공항에 도착했고 그렇게 타기 싫어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토에 도착해서 든 생각은 그랬다. 내려놓자. 그동안 참았던 것들을 하자.
그래 마시자. 마셔보자. 취해보자. 그동안 참았던 술이나 마셔보자 싶었다.
2박 3일 내도록 마시기만 했다. 걸으며 마셨고, 마시다 어느 점포에 들어가 다시 마셨다.
낮에는 내도록 숙소에서 잠을 잤고 밤에는 걸으며 마시기만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며칠을 마셔댄 대가는 처참했다. 또 혼자 있는 공허함에 술의 유혹이 찾아왔고 나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그래 한 병만, 그래 딱 이것만, 그래 오늘 까지만, 나에게 면제부를 줬다. 끊임없이 나약해지고 있었다.
술을 마셔대니 약이 무용지물이 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수면제를 과다하게 복용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하루, 머릿속에 어둠이 깔렸다. 지친 하루하루를 왜 이렇게 이겨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그리고, 그래.. 그만하자 라는 마침표가 나를 지배했다.
집 청소를 했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다듬고, 정갈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편의점으로 가 양주를 한 병 사 왔다. 마지막으로 남겨둔 수면제들을 긁어모았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을까? 이제 이 지긋지긋한 하루하루도 끝이 날까?
소파에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세 번에 나눠 양주 반 병으로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을 썼다. 친 형에게 영정 사진으로 쓸만한 사진 한 장을 아무 내용 없이 보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음에 당황함을 느꼈다. 끝없는 잠을 자겠다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멀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인지 나는 밖으로 나가 바다를 향해 걸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바다에 뛰어든다는 생각이었을까?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119 구급차에 실려간 장소는 바닷가의 길가였다. 쓰러져있는 나를 새벽에 산책하던 누군가가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살아 있다.
한쪽 무릎의 뼈가 분쇄되어 버렸다. 의식이 없는 채로 넘어진 결과 값은 그렇다.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어떤 질문을 받았고 나는 어떤 답변을 했다.
기억의 조각조각나 파편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었다.
뭘 물었는지, 어떤 답변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은 없다.
전치 10주의 진단과 함께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 역시 다시 받았다.
이미 내가 약물과 음주를 함께 하고 사고가 난 사실 경위를 알고 있었다.
나에게 물었다. “자살을 기도 하셨습니까?”
나는 답했다. “하루하루가 지치고 눈을 뜨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입원 기간 동안 상담을 진행하자고 했다.
웃기게도 아작 난 무릎의 고통과 거동의 불편함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한다. 한편으로는 척추 어딘가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친형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단순하게 내가 넘어져서 다친 줄 알고 있다. 하루하루 진통제와 항생제 수액,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불편함을 견딘다. 회사는 몸을 먼저 생각하라며 긴 병가를 받아 줬다.
지난 한 주 나는 자살을 기도하고 실패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단순한 병원 생활에 적응이 되어간다.
정신과 약의 복용량이 늘었는지 멍한 느낌이 길고 깊게 이어진다.
그러다 문득문득 우울감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이 글을 써내는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입원 기간 동안 글을 쓰고 또 썼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우울함이 온다. 그리고 공허함도 존재한다. 사실이 그렇다..
반성도 한다. 가족들과 지인들의 걱정, 그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카의 애교를 보며...
나는 나를 잠시도 경계를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정말 나는 괜찮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