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2024.12.03 ~ 2024.12.12
일지 2024.12.03 ~ 2024.12.12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입원 15일 차..
쉬고 싶다.. 쉬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나였는데..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의 잘못으로 인해, 결국은 병원에서 쉬고 있다.
병원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보통 6시면 어르신들은 이미 목에 수건을 두르고 양치질을 하며 돌아다니고 계시며,
간호사분 들도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점차 나도 거기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6시에 눈이 떠지면 나도 양치를 하고 핸드폰 뒤적이며 7시에 주는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입맛이 도저히 없어 밥은 거의 맛만 보는 형식이지만 꾸역꾸역 그럼에도 집어넣고 있다.
군대 전역 이후로 처음으로 삼시 세끼를 모조리 챙김 받아먹고 있다..
그러다 회진 기다리고 의사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나눈다.
수술부위를 소독하고 붕대를 다시 감으면 오늘 하루 진료는 끝이다.
텀블러에 커피스틱을 2개 털어 넣고 따뜻한 물을 받아온다.
노트북을 켠다. 글을 읽거나, 다큐멘터리를 본다.
15일간 드라마 2편과, 영화 5편 다큐멘터리 3편을 보는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좋다..
하루종일 그렇게 침대와 하나 되어 보내본다.
이따 금식 친구나 가족, 회사 직원들,
지인들이 찾아오면 로비로 내려가 커피를 마시고 하는 것 말고는 입을 다문채로 눈으로 영상을 담는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6시에 저녁을 먹고..
일찍 시작하는 병원의 하루는 그만큼 일찍 끝이 난다.
8시만 되어도 어르신들은 불을 끄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10시까지 영상을 보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
군대를 전역하고 이렇게 규칙적으로 먹고 자는 생활을 정말 오랜만에 경험해 본다.
상처가 이따 금식 욱신거리지만, 수술이 잘되었는지 통증은 거의 없다.
다행히 뼈가 분쇄되는 동안 인대를 건드리지 않아 별도의 재활치료도 없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일까..
병원에 있는 기간 동안 완연한 겨울이 느껴진다.
도로 바닥은 낙엽으로 가득하고, 찬바람이 폐까지 들이친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오후 2시가 되면 세상이 빛을 머금는다.
그 시간이 되면 사실 가장 우울함이 밀려온다. 이유는 모르겠다...
병실 밖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울감에 취해본다.
병원에 있는 동안 스스로 되뇌고 또 되뇌는 생각이 있다.
"그래. 우울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슬플 수도 있고 암울할 수도 있지.. 그럴 때가 있지.. 다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지금은 그냥 잠시 아프고 슬프고 우울할 뿐이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다독여 본다.
우울감에 빠지게 되면 그래 허우적 대 보자 라는 생각이다.
부딪혀 보자. 피하지 말자.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 푹 쉬었다.. 잘 잣고, 그나마 먹었다.
이제 내일이면 퇴원을 한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목발을 짚고 한동안 생활 해야 한다.
그것 또한 적응되겠지.. 출근을 해야 하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
쉴 만큼 쉬었고.. 좌초되어 이제 다시 인생을 항해를 이어 가야 한다.
해야 할 것들만 생각하자..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생각하자.
누구도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는 동안 행했던 모든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이 입원 기간이 나에게 충전이,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에너지가 되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