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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살린, 김치죽 한 사발.

사람사이.  추억 속 엄마의 손맛.

by 샤이니 Dec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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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김치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김장 김치가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준다.


내가 어릴 적엔 냉장고가 우리나라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1968년도에 금성냉장고가 출시되면서 일반가정집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냉동실과 냉장실이 일체형으로 120리터 냉장고였다.


8 식구가 먹어야 할 식재료가 작은 냉장고에 보관하기엔 너무도 작았다.

항상 김치는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항아리 속에 저장했다.


기억 속에는 항아리에 담아놓은 김치가 봄이 되면 하얀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 시간이 지나 날이 더워지면 항아리 안에 구더기도 생긴다.

엄마는 어린 자식들이 구더기를 보면 먹지 않을까 봐 보이지 않게 수돗가에서 씻어 맛있는 새 반찬으로 탄생시켜 주셨다.


그중에 하나가 식은 밥으로 만든 김치죽이었다.

전기밥솥도 없던 시절식은 밥은 항상 대기 중이다.


김치에 식은 밥을 넣고 끓이면 부족했던 밥이 온 식구가 먹고도 남게 된다.

그래서 더 자주 끓여 주셨을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첫아를 임신했을 때 일이다.

두 번을 유산하고 세 번째 임신인데 초기부터 유산기가 있다며 조심하란다.

입덧도 심해 음식을 못 먹으니 어차피 움직이질 못한다.

7개월까지 기운이 없어 실신하길 밥 먹듯 했다.


하루는 엄마가 시어 고부라진 묵은지를 씻어서 찬물에 밥 말아먹어보라며 숟가락에 올려주셨다.

지금도 그 맛은 잊히지 않는다.

신세계를 맛본듯한 기분. 다음날은 멸치와 묵은지로 만든 김치죽을 끓여주셨다.


그날 이후 입덧은 사라지고 순산까지 이어졌다.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입덧이 심한 임산부에게 묵은지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개운하고 따끈한 김치죽이 생각났다.

 버무린 생김치를 좋아하다 보니 신세계를 맛보게 해 줬던 엄마와의 추억까지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옛날에 먹었던 김치죽. 잊고 살았던 그 맛을 생각하며  봤다.요리라고 수없는 쉬우면서 개운한 맛이 일품인 김치죽 한번 먹어보기를.






김치죽 만들기.

1) 멸치 육수에 익은 김치를 넣고 끓인 다음 식은 밥을 넣고 끓여주면 끝.

2) 식은 밥 대신 불린 쌀일 경우는 김치와 참기름으로 볶아준 다음 물을 부어 끓여주면 끝.

3) 참기름, 계란, 김가루를 취향 것 넣어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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