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 3촌. 꽁꽁 얼어붙은 텃밭.
겨우내 너무 추워 텃밭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여주 현지인이 소개해준 이포나루 매운탕 맛집이 있다기에 텃밭도 둘러보고 점심식사도 할 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가을에 무성했던 텃밭은 수확이 다 끝난 뒤라 삭막함 그 자체였다. 그래도 봄이 오면 달래 냉이 새순들이 시샘하듯 땅을 삐집고 올라오겠지. 꽃샘추위가 남아있어 아직은 할 일이 없다.
소개받은 식당을 찾아갔다.
한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며 그래 이 맛이야! 이맛이 그리웠나 봐! 다음에 친구들 데리고 와야겠다, 기대 이상으로 맛깔스러운 매운탕을 오랜만에 맛보게 됐다. 배도 부르고 산책이나 하자며 둘러보다가 그곳이 예전에 유명했던 여주이포나루터인걸 알게 되었다. 돌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그냥 강물이 흐르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넘겼을 것 같다.
나루터에서 이포보와 담낭리섬이 바라보이는 전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 교통의 요지였던 나루터를 우연히 발견, 예전 모습이 어떤지도 그려보고자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강가로 내려갔는데 너무 황당한 모습을 발견했다.
이포나루터라는 돌 표지판이 보이고 표지판을 휘감고 있는 하얀색 노끈을 보면서 아니! 이건 아니잖아! 전시용인지 남아있는 나룻배가 떠내려갈까 봐 표지판에 묶어 놓았다.
쇠 말뚝을 박든 뭘 하든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묶을 수 있었을 텐데, 미간상 보기도 안 좋지만 복원까지 해서 살려놓은 역사적인 나루터를 너무 소홀히 다루는 거 아닌가 싶어 화가 났다.
1991년 이포대교가 개통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2009년에 다시 복원 사업을 통해 강변에 돌표지판을 세우고 옛날 나루터였음을 알리는 중이란다. 나루터 입구도 어딘지 알 수 없을뿐더러 내려가는 길 또한 주변 쓰레기 더미까지 엉망진창이다.
이포나루는 여주시 금사면 이포리와 대신면 천서리를 연결하는 삼국시대의 나루터로, 서울의 마포나루, 광나루, 여주의 조포나루와 함께 조선 4대 나루 중 한 곳이다.
한양과 강원도 충청도 등 중부내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이포나루는 과거 강원도 영월과 정선에서 떼배에 소금을 싣고 올라가 콩이나 담배등과 교환하던 바꿈배, 백성들을 실어 나른 황포돛배등이 부지런히 오가던 곳이다.
그 외에도 많은 일화가 남아있는 곳인데 기왕 복원을 시켰으면 관리를 잘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해 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