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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한 편의 드라마 주인공이 된 우리 부부.

사람사이, 다시 태어난 삶.

by 샤이니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장면의 주인공이 우리 부부가 될 줄이야!. 생과 사의 기로에서 다시 생의 길을 걷게 되어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이런 일을 경험할 거라 생각은 어느 누구도 상상해보지 않았을 거다. 상상조차 싫은 일이니까.


나름대로 교통사고의 부담감을 가지고 운전대를 잡으며 오늘 하루도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출발한다. 내 차가 폐차해야 하는 드라마틱? 한 상황까지는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그런데 현실로 나에게 들이닥치고 보니 얼떨떨하기만 하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차선 도로에서 상대방차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우리 차 운전석 옆을 들이받았다. 정말 눈 깜짝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천만다행으로 양방향 차량 통행이 없어서 우리 차만 팽이 돌듯 핑그르르 돌아 반대편 차선에 멈춰 섰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가 반바퀴쯤 돌 때 잠깐 정신이 들었는데 ~익소리와 함께 굉음을 내며 차가 멈춰 선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스릴과 짜릿함, 통쾌함과 동시에 공포감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게 머릿속을 휘감는다.


그다음 상황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떻게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까지 실려 오게 되었는지, 정신 차려보니 환자복을 입고 입원실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검사에서 타박상으로 진단 결과가 나왔다. 계속해서 이곳저곳 통증이 나타나지만 부러지고 터진 곳은 없다. 얼마나 불행 중 다행인가!


납작하게 주저앉아 연기를 내뿜는 안에서 빨리 나가야 한다며 소리 지르는 남편 따라 안전벨트를 풀려는데 어찌나 꽉 조여 있는지 숨을 들이마시며 겨우겨우 안전벨트를 풀고 나온 기억은 있는데 또 정신을 잃었나 보다. 기나긴 터널 속을 지나온 것 같은 악몽 속에서 우리 부부 이렇게 무사히 살아있다는 것도 기적이고 외상이 없다는 것도 기적이다.



안전벨트 덕분에 살았고 옆면 에어백이 터져서 큰 사고 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 교통법규는 잘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


사고처리를 위해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들, 경찰서에서, 보험회사에서, 공업사는 차량 수리할 건가? 폐차할 건가? 우리 몸도 마음도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 한 템포만 늦춰줬으면 싶은데 다들 빨리빨리다. 결국 우리 차는 폐차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수리비와 고친 들 두려워서 타지 못할 것 같아서다. 단 한 군데 전화 오지 않는 곳은 상대방 가해차량 운전자뿐이다.


생각할수록 끔찍하고 소름 돋는 일이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큰 부상 없음에 감사하다 생각하면서, 이제 정신이 좀 드니 서운함이 생긴다. 사고처리는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가해차량 운전자는 전화 한 통화도 없다.

아무리 세상이 메마르고 각박하다 해도 본인 실수로 자기 부모 같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면 안부정도는 물어봐야 사람 된 도리가 아닐까 싶다. 이런 걸 바란다고 우리가 구 시대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도덕성이 무너졌나 안타깝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해당되지 않는 일부일 거라 믿는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아프지 않고 병원신세 지지 않고 잘 살아왔는데 ~~~ 입원실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니 걸어 다니는 사람들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너무나 당연시 여겨왔던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상이었나 다시금 일깨워 준다.


5월 황금연휴에 날씨도 화창하고 전국이 축제장이며 온 천지가 꽃소식을 알리는데 예상치 못한 병원생활이라니,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사구나 싶다.


40여 년 무사고 운전으로 교통법규 위반 서너 번 과태료 물어본 거 외에는 없다. 나름대로 교통질서 잘 지키며 살아왔으니 이 정도라 생각하자.


차를 폐차해야 한다는 소리에 남편은 얼마나 서운했는지 병원에 외출 신청을 하고 폐차장에 들려 그동안 우리를 안전하게 태워줬고 이번에도 우리 목숨 살려주고 대신해서 폐차되는 차를 쓰다듬어주며 고생했다! 잘 가라! 하고 왔다는 소리에 우리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병실 창밖만 바라보며 숨죽여 한참을 흐느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남은 인생은 새로 태어나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살다 가자.








몇 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미사,

저녁미사 가리지 않고 결석하는 친구들 몫까지 도맡아서 복사를 서며 기도해 온 우리 손녀 덕분에 덜 다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맙고 예쁜 울손녀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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