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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채집하지 못한 날들

11.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by 조유상

우리에겐 잊지 못할 노래가 있다.


우리 형제들을 만나고 내려오던 날 서해대교 아래였던가, 우리는 바닷가에서 서로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는 조영남이 불렀던 노래,

https://youtu.be/0RT99BYhG58?si=2bffOrbVijeENLV8

그대 그리고 나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거닐던

흰 눈 쌓인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 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텅 빈 가슴을 달래며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린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나는 키보이스의 '바닷가의 추억'을 답가로 불러주었다. 어렸을 때 언니가 사 둔 전축으로 노상 듣던 노래 중 하나였다.



https://youtu.be/FXh5ZfO7Gm8?si=66EkH1yTqkeM5JuZ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난 그 사람

파도 위에 물거품처럼 왔다가 사라져 간 못 잊을 그대여

저 하늘 끝까지 저 바다 끝까지 단 둘이 가자던

파란 꿈은 사라지고 바람이 불면 행여나 그님인가

살며시 돌아서면 쓸쓸한 파도 소리



잘 뜯어보지 않아도 다 헤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들이었다.



어차피 살다 보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다만 결혼 전부터 이별 노래라니... 이 무슨 시작 전부터 불길한 조짐! 아무리 생각해도, 몇 번을 돌이켜 봐도 웃음이 난다만 우린 전체 가사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있던 게 틀림없다. 그는 조영남이 노래하듯 이 이별 후 노래를 담담히 노래했다. 표정도 어쩜 저리 편안하고 수월하게 노래가 목을 타고 넘어올까 싶게 불렀다.


그는 그저 서로 정답고 서로 그리워하는 거에 초점을 맞췄을 테고, 나는 그간 사귀었던 키 큰 사내들 다 놔두고 고르고 골라 정말 키 작은 사내를 만났지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원석이 되는 보석을 골랐다는 느낌으로 부른 노래였다. 그가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어간 나에게, 그의 이름에 들어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어둠이 잦아드는 노을빛에 서로를 바라보던 그 장면이 찍힌 듯 선명하다. 먹먹하게 아름다웠고 그걸로 충분했다. 열쇠도 보석도 다 필요 없었다.


그 후 노래방에서 그가 얼근히 취하면 다른 사람이 여럿 있어도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불러주는 그 노래와 내 고향 충청도 노래는 손꼽히게 내 가슴을 울리고 흔들어 놓은 노래들이었다. 아, 정지용 시인의 시를 노래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하는 '향수'도 있다. 그렇게 노래, 음악은 우리 일상과 함께였다.


바지런히 일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 농사일로 집안일로 각자 바빴지만, 어느 때부턴가 아침이면 그는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요즈음도 그는 아침이면 노래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곤 하니, 노래는 우리를 연결해 헤어짐으로 가지 못하게 꽁꽁 묶어준 인연의 동아바라고나 할까. TV를 안 보는 나와 그를 한 자리에 앉아 있게 하는 것 역시 음악 프로그램이다. 조금 후 있을 음악프로 역시 그와 함께 보려 막 달려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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