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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채집하지 못한 날들

25. 불혹(不惑)에 혹하고 이순(耳順)에 역(逆)하기도

by 조유상

가끔 길을 잃는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나의 말은 아주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기는 할까?

마음을 쏟고 시간을 들이는 만큼 함께 걷는 이가 있기는 할까?

쓰는 행위를 통해서 갖는 나만의 만족감에 머물고 마는 건 아닐까?


온통 물음표로 찍힌 길을 하염없이 걷던 20대는 왜 아직도 유효한 걸까.


질문은 많아지고 답은 다시 길을 잃는다.

답을 찾는 길이 새로운 탐험으로 이어져 미세한 현미경으로 보기도 하고

혹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새의 관점에서 조밀하기도, 때론 광활한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불혹이니 하는 말에 혹하지 말기를

여전히 그 나이에 혹하는 일은 넘치고

이순이어도 좋을, 마땅히 그럴 것 같았으나 20대엔 도저히 가 닿지 못할 듯 여겼던 그 나이가 와도 여전히 순하게 따르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감정 요철의 진폭이 조금 부드러워졌을 뿐.


스무 살 땐 인생을 달관한 듯했어. 60까지 산다는 건 불가능이라 생각했고 가 닿을 수 없는 별이라도 쳐다보듯 했지. 마흔이 되면 좀 달라질까,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될까도 싶었지만... 다 속임수 말일뿐이었어.


돌이켜 보면 스무 살 내가 더 깊었고 60에 난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법을 익히기도 했어.

하루에도 20대 설렘과 절망, 지천명과 귀의 속삭임을 따르다 다시 추락하기도 수없이 하지.

나이 20에 뜻을 세우고 서른에 어쩌고 저쩌고, 다 거짓말이야. 그건 희망사항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일뿐이야. 현혹되지 마. 다 똑같이 그 나이에 그런 지경과 경지에 오른다면 뭔 재미겠어? 자판의 반듯반듯한 키 하나하나 같은 모습으로 가지런해질 거라 착각하지 마. 우린 언제든 자판을 튀어 올라 하나 둘 날아오르는 열기구안에 환호하기도 하고 스케이트 보드가 되어 눈 위를 활강하기도 하다 계곡 골짜기로 추락하기도 하지. 눈 속에서도 복수초처럼 꽃 피우기도 하거든.


하루에도 수없이 세대를 넘나들고 오가는

청춘과 이울음이 믹서기 속 콩처럼 갈리는 하루를 살아낼 뿐인 거야.

코앞이 저물녘이어도 괜찮아. 흔들리고 나부끼자, 오늘도.




#뒤섞이는 세대 #미처 꽃이 되지 못한 봉오리 #아물지 않은 20대

#많이 가벼워진 나날 #코 앞이 저물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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