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가온 출국일, 잠을 설친 나는 불안과 설렘을 함께 지닌 채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길 위의 풍경들이 그날따라 유달리 낯설게 보였다. K와는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K의 조언대로, 우리는 이륙 3시간 전에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빠르게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나서 나와 K는 면세점과 라운지 사이를 거닐었다. 여행을 앞둔 K의 기분은 아주 좋아 보였다.
모든 수속을 마친 후, 나는 탑승동에서 넋을 놓고 밖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조용하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물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공항의 분위기를 좋아하는지를 나도 그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륙 30분 전, 나와 K는 푸른 눈의 승무원들을 지나 비행기에 올랐다. 이윽고 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동해상을 지나 약 1시간 40분 정도 비행했다. 기내식으로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를 받았다. 샌드위치는 뻑뻑하고 상당히 짰는데, 커피는 의외로 향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브로라 항공의 남색 브랜드 색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후 여행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파란 계열의 색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파란색은 그들에게 참 잘 어울린다.
얼마 후, 러시아어와 영어로 착륙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얼마간 부산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창 밖에는 초록색 들판과 집들이 나타났다. 난생처음 본 이국의 풍경이 신기했던지 갑자기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