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온몸이 시리던 겨울, 나는 대학 생활 2년을 간신히 버텨내고 방학 동안 작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를 자퇴하고 생계를 위해 정식으로 공장일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올수록 방향을 정하지 못한 내 가슴 속에서는 불쑥불쑥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고, 술을 마시는 날들이 늘어갔다. 내 청춘이 검은색 컨베이어 벨트 위로 돌돌돌 흘러갈수록 나의 마음속에는 무력함이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러던 무렵에 갑자기 친구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러시아 가자!"
' …….'
지루한 저녁 잔업 후, 가뜩이나 진이 빠져있었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한마디 말에 대답도 못하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놈이 내 형편을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하고 있나?'
그래도 몇 안 되는 친한 이의 전화이기에 순간 치밀어 오른 짜증을 간신히 참으며 가만히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어두컴컴한 밤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일단 마음이 진정되자,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제까지 나는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나는 정말로 러시아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내가 러시아에 가면 안 되는 수많은 이유가 참으로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을 짓눌렀다.
'그 이후에는?'
'돈은?'
'집안일은?'
'여행 한 번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
'내 주제에 사치를 부리는 게 아닌가?'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
생각의 흐름이 마침내 이 한 구절에 이르렀을 때, 나는 비로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때 나는 평생토록 이 가난하고 비루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숨 막히는 공장 속에서 먼지로 부스러질 내 청춘에게 마지막으로 원하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 러시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