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친구 K와 함께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특히 카페의 유리창가에 앉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구수한 커피 향과 안락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투명했던 통유리창에는 어느샌가 K와 함께 경험했던 잊지 못할 추억들이 스르르 스쳐 간다. 마치 잔잔한 고전 영화 한 편을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에, 나는 장난 삼아 이 시간을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년 영화)'이라고 부른다.
며칠 전에도 따가운 여름 햇빛을 피할 겸, 나는 으레 그 '시네마 천국'을 기대하며 K와 함께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서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조용해진 그 순간, 나는 버릇처럼 자연스럽게 바로 옆 유리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유리창에는 나와 K의 얼굴이 비쳤다. 러시아의 광활하고 푸르른 여름 들판을 가르던 기차 안에서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시절 나와 K의 얼굴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