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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터 Oct 14. 2024

첫 비행은 시카고

다시 만난 친구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회사에서 대체 휴일이 생겨 2박 3일 동안 시카고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 여행은 여러 가지 이유로 특별했다. 우선, 미국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었고, 이사벨이 꼭 이때 와야 해!라고 초대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 기꺼이 응했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한 후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 공항은 DCA(로날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이었다. 크리시가 사우스웨스트가 저렴하고 괜찮아!라며 추천해 줘서 처음 이용해 보는 저가 항공사였다. 예약하고 나니 연착도 잦고 운이 없으면 취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없이 시카고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만큼이나 여행에 설레어하던 아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사벨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사벨과는 한국에서 교환학생 봉사단체에서 만난 인연으로,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아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만난 이사벨은 한국에서 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여기는 그녀의 이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의 빨간 차에 올라 하이웨이를 달리며 시카고의 교통 체증을 느꼈다. 시카고는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커다란 도시였고, 활기찬 에너지가 넘쳤다. 교통 체증조차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 덕분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를 마중 온 사벨이

이사벨이 날 데려간 첫 번째 장소는 시카고 핫도그로 유명한 포틸로스였다. “시카고에 왔으면 무조건 이걸 먹어야 돼!”라고 강조하던 이사벨 덕분에 배를 비우고 갔는데, 핫도그 하나로 이렇게 감동받을 줄이야. 진짜 시카고 스타일의 핫도그는 한 입 먹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이 남달랐다. 디저트로 먹은 초콜릿 케이크는 그야말로 미국식, 엄청나게 달았다. 그 달달함에 놀랐지만, 그 또한 시카고에서의 첫 경험으로 나에게 강렬하게 남았다.

귀여운 봉투

다음으로 이사벨은 나를 차이나타운으로 데려갔다. 사실 딥디쉬 피자를 기대했지만, 이사벨은 차이나타운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사벨이 자주 가는 맛집들을 순례하며 볶음밥, 버블티, 철판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하루 종일 먹고 돌아다닌 덕에 배가 불러 기절할 것 같았지만, 미국의 거대한 1인분 양에 아까운 나머지 계속 남은 음식들을 포장하여 꼭 쥐고 다녔다.


그 후 우리는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시카고 강을 따라 걷고, 빈이 있는 공원을 거닐고, 유명하다던 스타벅스 리저브에 들렀다. 그곳에서 위스키가 들어간 특별한 커피 음료를 마셨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쓰고 시카고의 대도시적 풍경을 즐기며 강을 따라 걸었다. 시카고는 비 속에서도 매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공원에서 신나게 물놀이하던 아이들
빈 안에 들어가서 찍은 사진


마지막으로 이사벨이 꼭 팝콘을 사야 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팝콘을 고집하나 싶었지만, 별생각 없이 팝콘을 들고 네이비 피어로 향했다. 그리고 이사벨이 나를 기념품 가게로 데려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불꽃놀이 축제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구경을 시켜준 거였다. 기념품 가게에서 나는 마음에 쏙 드는 뱃지를 발견했다. 포켓몬스터 체육관에서 모은 뱃지처럼, 이번 여행에서도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하나둘씩 모아지는 뱃지들은 내가 걸어온 여행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서비스로 받은 맛보기 팝콘과 제일 좋아하는 캐러멜 팝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본 후, 이사벨이 “물멍이나 때리자.”며 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나도 편히 앉아 팝콘을 먹으며 물을 바라봤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여기 사람들은 다 이렇게 물멍 때리며 노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불꽃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사벨이 준비한 깜짝 불꽃놀이 축제였다. 이사벨은 흐린 날씨 때문에 불꽃놀이가 취소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걱정이 무색하게 하늘을 가득 채운 불꽃을 보고 있으니 하루가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선상 너머 보이는 불꽃

불꽃놀이를 즐긴 후,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사벨이 “아직 하나 더 먹어야 할 게 있어!”라며 나를 보일링 크랩으로 데려갔다. 나는 배도 부르고 시간이 늦어 걱정했지만, 이사벨은 마치 미리 계획한 듯 자신만만하게 나를 끌고 갔다.

행복해 보이던 사람들을 따라 거닐 때

보일링 크랩에서는 커다란 게와 새우를 양념에 듬뿍 묻혀 손으로 쪼개 먹는 게 일품이었다. 사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또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그 맛을 보니 걱정은 사라졌다. 늦은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에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쉐킷 쉐킷 와르륵

불꽃놀이와 보일링 크랩에서의 만찬이 끝난 후, 이사벨은 나를 에어비앤비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함께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준 이사벨에게 정말 고마웠다. 시카고의 빗속에서, 불꽃놀이 아래에서, 그렇게 시카고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도시에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으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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