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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터 Nov 04. 2024

빠개

원동력

홉스골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찾아왔다. 다만, 차가운 공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게르 안의 냉기조차 더는 낯설지 않았다. 그래도 따뜻한 이불속에서 몸을 한 번 더 돌리며 일어나기 싫은 기분을 잠시 즐겼다. 문득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뒤늦게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찔렀지만, 그날의 아침은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고, 호수 위에 살며시 내려앉은 안개는 이별의 감정을 담아내듯 잔잔했다.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이 조금 더 특별하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아침을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다.

홉스골에서 남긴 마지막 모습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서둘러 떠날 준비를 마쳤다. 산책을 나갔던 예은이가 보이지 않아 잠시 기다렸지만, 이내 그녀를 찾고 자르갈란트를 향해 푸르공에 올랐다. 자르갈란트는 홉스골 남쪽으로 몇 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한적한 마을로, 우리가 묵을 숙소에 온천이 있다는 기대감에 피로를 풀 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길을 달리던 중, 우리는 중간중간 차를 멈추어 자연을 만끽했다. 푸르공에서 내려 대지를 마주하며 사진을 찍고, 몽골의 광활한 초원과 고요한 숲을 눈에 담았다. 차 안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기도 했지만, 깨어날 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은 몽골이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이었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배가 고팠지만 식당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참을 더 달린 끝에야 오후 2시가 넘어서 작은 마을의 식당에 도착해, 몽골식 만두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이 마을은 바로 푸르공 운전사인 빠개 아저씨의 가족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아저씨는 우리를 그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매콤함이 빠질 순 없지

아저씨의 가족들이 사는 집은 소박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몽골에서 예상치 못했던 소중한 감정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한 아저씨는 가족들과의 일상을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들의 소소한 삶 속에서 나는 아저씨가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은 언제나 그에게 힘을 주는 존재였고, 그들의 웃음 속에는 아저씨가 걸어온 인생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저씨의 선물

아저씨가 손녀를 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손녀의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서 행복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애정이 가득했다. 나도 나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그들과의 시간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개 아저씨의 가족처럼, 나에게도 언제나 변함없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아저씨의 원동력

마을을 떠나 자르갈란트에 도착하기 전 현지인의 게르에 잠시 들렸다. 그곳에서 우유로 만든 전통 몽골 술을 대접받았다. 그 맛은 마치 요거트와 막걸리 사이 어딘가에 있는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한 현지 체험은 또 다른 몽골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마침내 자르갈란트에 도착했다. 여느 여행자 숙소처럼 소박한 모습이었지만, 온천이 있다는 소식에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온천은 대중탕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그 차이에 모두들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우리의 여행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저녁 식사로 삼겹살을 먹고 난 뒤, 자르갈란트의 밤하늘 아래서 우리는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몸은 추워서 금방이라도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은하수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해 그 빛을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결국 추위와 감동이 뒤섞인 이 시간은 이번 여행 중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빠개 아저씨와 그의 가족이 준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감정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자르갈란트의 은하수 아래에서, 내 삶 속의 중요한 존재들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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