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서 실패가 아닌 새로운 발견에 대해
휘낭시에는 financier 프랑스어 ‘금융가’라는 형용사로부터 유래되었고,
완성된 모양이 금괴를 닮아서 재물운을 기원한다고 한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주변에 선물을 할 때면 가득 구워낸다.
휘낭시에를 만들기 위해서 버터를 태우는 작업을 먼저 시작하는 게 재료를 태워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디저트.
대부분 태우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태워야 완성된다.
뵈르 누아제트(beurre noisette), 브라운버터(brown butter), 태운 버터.
각기 달리 불리는데 이 상태의 버터를 사용해야 비로소 휘낭시에가 된다.
태움의 정도에 따라서 식감과 맛, 색, 향이 달라지는데 가볍게 태우면 구움 색도 덜하고 텍스쳐도 가볍다.
진하게 태우면 태울수록 버터의 풍미를 이끌어내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태웠지만 실패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풍미를 이끌어낸다는 게 희망을 주는 느낌이라 자주 굽는 디저트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기특한 녀석이랄까?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이 샘솟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버터를 가득 태워서 만들 때면 향긋한 버터향에 취해서
그를 생각하며 전해주지 못한 휘낭시에를 두고
비 오는 차 안에서의 우리의 추억에 잠긴다.
휘낭시에처럼 그저 태워서 완성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게 아직도 청춘이다.
첫사랑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앓을 수 있구나!
메말랐던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니.
그저 서로의 속도가 달랐고, 감정의 깊이 다를 뿐이었다.
너와의 사랑은 여기서 멈춰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아직까진 쉽지가 않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 애틋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펼쳐지지 못한 나의 이야기가 여전히 주변을 맴돌며 아릴 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진실한 감정을 전했으니 완전한 실패는 아님을.
거짓 없는 마음을 나눴다는 것으로 끝나는 사랑도 있다는 걸 배웠고, 그리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다채로운 감정을 가진 스스로를…
사랑을 누구보다 갈구하고 사랑을 주고 싶었던 그녀를…
새로운 취향과 취미가 생긴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