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르지만 조화롭게
크루아상과 쿠키의 조합으로 탄생된 ‘크루키’
제빵과 제과의 만남이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묘하게 어울린다.
한참 유행이던 시기에 먹어보자며 이야기했는데 쓸데없이 친절한 너의 기억력.
생일 케이크 대신 사 왔다는 크루키로 조금은 이른 생일파티를 했다.
길쭉한 크루아상에 올라간 초코칩이 가득 든 쿠키.
크루아상의 바삭함이 사라지고 결은 눅진해졌고 쿠키는 지나치게 달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유행이라 궁금했었고 그저 어울리려나? 싶은 생각 정도였다.
좋아하지 않는 맛인데 그날은 입안부터 달콤하고 숨 쉬는 공기조차 달달했다.
섬세함과 다정한 너와 추진력과 활동력이 넘치는 나.
mbti조차 정반대여서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우리.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인생의 가치관도 다르다.
살아온 환경도 말투도 다른데…
성향도 성격도 다른데 대화를 나눌 때면 끌리는 이유가 어딘가 결이 비슷한 느낌.
크루키 같은 사이.
만나면 만날수록 잘 맞춰진 퍼즐조각처럼 맞춰져 가는 모습에 욕심이 생긴다.
연애도 결혼도 목표한 것들을 성취한 뒤에 할 거라 다짐했는데 다른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비싸고 좋은걸 먹지 않아도
재밌는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평화로운 호수를 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
한강에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
현재 상황도 환경도 모두 잊은 듯 이 사람이랑 있는 게 안정감이 느껴지고 충분히 즐거웠다.
모든 게 완벽하게 맞지 않아도 괜찮구나.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결혼을 한다면 너 같은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랑 지내는 미래를 그리게 되면서 어느새 결혼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만나온 사람들과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고, 이제까지 생각해 온 이상적인 배우자상도 아닌데 …
이제껏 살아온 생각을 바꿔주는 사람이 주는 힘은 굉장히 컸다.
내려올 텐데 왜 올라가? 했던 등산
뛰는 거 진짜 싫어한다 했던 러닝
물에 들어가는 게 무섭다고 포기했던 수영
웨이팅 하며 줄 서서 먹어야 하냐? 했던 맛집
일기 쓰는 게 전부였던 글쓰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너의 영향이니 말이야.
새로운 조합으로 만들어져서 맛있는 맛을 내는 크루키 마냥 미지의 세계로 내딛을 수 있게, 성장할 수 있게 방향을 찾게 해주는 한줄기 빛.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그런 인연이 있었다.
묘한 기시감을 느낀 우리 관계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고 더 이상의 발전하기 힘들었다.
역시나 크루키도 다른 유행들이 그렇듯 빠르게 스쳐갔고 점차 희미해져 갔다.
많은 서사가 쌓였지만 닿지 못한 마음들만 남아 나를 괴롭힌다.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일들도 옅어져 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