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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헌 Oct 26. 2024

머랭쿠키

녹아 사라지는 마음

‘머랭’ 계란흰자와 설탕으로 만들어낸 거품.

머랭을 한입 크기로 만들어 오랜 시간 구워내는 ’ 머랭쿠키‘

흰자를 거품 낸 뒤 거친 거품에 설탕을 나눠서 넣어주면 뽀얗고 매끈한 머랭이 완성된다. 만들어진 머랭에 색상과 향을 가미하면 시중에서 보는 알록달록하고 달콤한 머랭쿠키를 볼 수 있다. 입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며 달콤함이 가득 퍼진다.


톡 깨물어 녹아 사라지는 마음이 사랑이었으면 이미 사라졌을 마음인데…부풀리듯 키워둔 감정들은 쉽게 녹지 않는다. 나눠가지지 못해 혼자 품어야 하는 마음이라 쓰기만 하다.

혼자서 하는 사랑이라는 건 애석하게도 모든 걸 홀로 감내해 내야 한다. 짝을 찾지 못해서 짝사랑인가?

주인 없는 말들은 허공에 사라진다.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듣는 이가 없다.


너와 연락을 하지 않노라 다짐을 하고 했지만 불현듯 영화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용기 내지 않아 전하지 못해서 돌고 돌아 만나는 그런 영화였기에 후회할 일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충동적인 행동에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질러 버렸다. 며칠 만에 듣는 목소리가 익숙해서 반가움 반, 부담스러워서 피하면 어떡하지 반.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심장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기분이다.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와 우리가 안 되는 이유를 또다시 한번 되새김질하며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상대가 날 좋아하지 않는 상황의 반복은 나만 다칠 뿐이라는 걸 지난 빅테이터가 말해주고 있음에도 놓지 못하고 있다. 애걸복걸하는 내가 한심하고 구질구질해서 그냥 사라지고 싶어졌다. 이까짓 감정의 소용돌이가 뭐길래…


머랭쿠키는 오래되면 공기 속 습기를 머금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해져서 이에 달라붙는 식감이 되는데,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마음으로 닮았다.

혼자 기대하고 부풀었던 머랭이 반짝거리고 알록달록한 머랭쿠키들이 점점 눅눅해지는 게 묵은 감정을 가진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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