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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T 조 Nov 16. 2024

이게 올바른 자세 아니었나?

올바른 체형이란?(1)

가끔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아마도 시간이라는 무게가 남긴 자국일 것이다. 힘들어 보이지만,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던 그 모습은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기억 중 하나이다. 할머니의 미소는 나에게 깊은 위안과 안식을 준다. 하지만 할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다가오는 걱정도 있다. “나도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지는 않았을까?”     

어느날, 50대 여성인 A 분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센터를 방문하였다. 그분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센터를 방문하셨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어디 불편한 곳 있으세요?”라며 인사를 건네자, 그분은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체형 교정 하는 곳이죠? 나는 나이가 들수록 허리가 굽고 몸이 망가질까 봐 걱정되어서 항상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려고 노력도 하고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걷는 운동도 해요. 그런데도 자꾸만 등이 점점 굽는 것처럼 느껴지고 허리도, 무릎도 아프기 시작해서 여기서 운동을 하면 좀 좋아질까 싶어서 찾아왔어요”    

     

참고사진

앉아서 이야기하는 중에도 그분은 허리를 곧게 펴고 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체형관리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시는 것 같이 보이는데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통증은 왜 나타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그분의 체형분석을 시작하였다.     

정면으로 서있는 자세, 옆으로 서있는 자세, 뒤로 돌아서 서있는 자세, 앉은 자세, 보행 분석

정면으로 서있는 자세에서는 바르게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손등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다 정면 자세에서 주먹을 살포시 쥐고 서있으면 엄지가락과 검지 쪽이 정면을 향해야 하는데 손등이 보인다는 것은 등과 어깨가 굽어있다는 것이다. 라운드숄더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옆모습을 보는 순간 왜 이분이 아픈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참고사진

옆에서 보았을 때, 발의 복숭아뼈를 기점으로 무릎의 옆 중앙, 고관절, 어깨, 귀가 일직선상에 들어와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고 통증을 나타내는 기점도 강도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내 몸이 불편하다고 느껴지고 통증이 발현되었다면 최대한 올바른 자세로의 정렬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A는 무릎이 뒤쪽으로 빠지면서 고관절은 앞쪽으로 나오고 허리가 과도하게 꺾여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골반의 정상 각도는 전방경사 5도에서 10도 사이이다.    

  

참고사진 (골반 전방경사)

-골반 전방경사 -

골반전방경사가 있으면 골반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전방으로 기울어지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면서 배가 앞으로 나오게 된다. 골반전방경사가 있으면 골반의 불균형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등이 굽어지면서 거북목까지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 골반 후방경사 -

골반후방경사가 있으면 골반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뒤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후방경사가 있으면 척추의 커브가 감소하고 일자허리가 되어 허리통증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고관절의 중심이 무너진다면 척추와 목의 정렬을 당연히 안정성을 잃어버리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분은 평소에도 자세에 신경도 매우 많이 쓰고 허리를 곧게 펴려고 노력하셨는데 왜 그럴까?  

   

단순하게 허리를 펴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복부의 힘을 주지 않고 허리만 곧게 펴고자 노력한다면 어떠한가? 허리를 곧게 펴고 있는 것만으로 불편함과 통증이 나타날 것이다. A의 경우, 앉아 있을 때도 서있을 때도 허리를 곧게 펴려고 계속 노력해 왔던 것이 오히려 체형의 불균형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허리를 곧게 펴주는 근육들이 안전하게 일을 하려면 허리를 굽게 해주는 근육들이 지지를 잘해주어야 올바르게 척추를 세울 수 있다. 복부 힘이 없이 허리의 관절을 꺾듯이 펴는 것이 아니다. 허리를 세워주는 척추기립근들이 수축할 때 복부의 근육 또한 같이 긴장하면서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앉아 있는 자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펴는 것에 집중해서 과도하게 허리가 꺾인 형태였다. 나는 코어 운동과 복부의 운동을 위주로 접근했고, 올바른 자세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 대부분 운동을 할 때, 몸을 움직일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의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선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근육이 더욱 중요하다.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우리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에 들어 코어 운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허리를 펴주는 허리의 근육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길항근인 복부의 근육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근육은 없다. 그런 데 당신이 허리를 펴고 싶어서 습관적으로 허리 근육만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신경가소성에 의해 자주 사용하는 허리 근육의 신경 루트는 강해지고 복부 근육의 신경 루트는 약해져서 근육의 신체 밸런스는 망가질 것이다.

   

교정운동의 시작은 코어 운동과 복부 운동이다. 이렇게 접근방향을 결정한 뒤 A에게 가장 먼저 진행한 운동은 브릿징 운동이었다. 브릿징 운동은 누워있는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하지만 보통은 의아할 것이다. "복부 근력을 강조했으면서 왜 엉덩이를 드는 운동을 시키죠?"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골반이 전방경사가 되어있기에 후방경사로 만들어줄 수 있는 근육은 둔부의 근육과 복부의 근육이다. 반대로 전방경사를 만들어주는 근육은 허리 늘 펴주는 척추기립근과 고관절을 굽힐 수 있도록 해주는 고관절 굽힘근육들이다. 즉 둔부의 근육과 복부의 근육은 상호작용으로 골반의 후방경사로 만들어주는 커플 근육인 것이다.     

두 번째, 복부의 근력 강화라고 생각한다면 대부분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운동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운동은 복부 근육 중 가장 크고 힘이 좋은 복직근을 사용한다. 참고로 복부의 근육은 복직근, 외복사근, 내복사근, 복횡근이 있다. 가장 바깥쪽의 근육은 복직근이고 가장 안쪽에 있는 근육은 복횡근이다. 복횡근은 골반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근육이다. 복직근은 대부분 골반의 움직임에 관여하게 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움직임보다 먼저 우선되어야 할 것은 안정성이다. 이러한 이유로 브릿징운동을 시작하였다. A에게 "바로 누우셔서 다리를 구부리고 엉덩이를 들어보세요"라고 지시했더니, A는 단숨에 엉덩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주 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와 허리까지 한 번에 들어 올리셨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따라 해본다면 A와 같이 번쩍 들어 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동작에도 A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신 분이라면 통증이 증가하고 체형의 불균형은 가속될 것이다.

참고사진 예시(잘못된 브릿징운동)
참고사진 예시(올바른 브릿징 운동)

브릿징 운동은 대표적인 엉덩이 운동이다. 하지만 허리를 한 번에 번쩍 들어 올린다면 이때에는 어떤 근육이 사용되었을까? 바로 허리를 펴주는 기립근에 힘이 가해졌을 것이다. 엉덩이 근육과 골반의 움직임에 완전히 반대의 역할을 하는 근육을 사용한 것이다. 골반이 전방경사가 이루어진 사람은 대부분 허리의 기립근과 고관절 굴곡근은 타이트하게 짧아져 있고 두 근육이 힘을 쓰기 유리한 포지션이 되어있다. 또한 둔부의 근육은 사용을 많이 하지 않아서 사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또한 엉덩이를 들면서 복부는 어떤가? 배에 힘이 들어가 볼록 나오는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배가 볼록 올라왔다는 것은 복횡근이 아닌 복직근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인체의 코어근육은 대표적으로 복횡근, 골반기저근, 다열근, 횡격막 이렇게 네 가지이다. 복직근은 코어근육이 아닌 것이다. 코어근육이란 내가 스스로 힘을 쓰기가 매우 어렵지만 내 몸을 지탱해 주기 위해 안정성을 제공해 주는 근육이다. 나는 A에게 "허리를 먼저 들려고 하지 말고 항문에 힘을 줘 엉덩이의 힘으로 올린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배꼽은 바닥으로 넣는다고 생각하면서 골반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라고 말했다. 그제야 둔부의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며 브릿징 운동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이분께 브릿징 운동을 강조하며 홈트레이닝으로 하루에 최소 100번 이상은 해야 한다고 과제를 주었다.

나는 지금도 체형 교정을 원하고 허리 또는 목 혹은 신체 어디든 통증을 나타내는 사람에게 이 운동을 가장 먼저 많이 시킨다. 골반이 후방경사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이 운동을 시킨다. 하지만 후방경사가 된 분에게는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는 골반의 움직임에 신경 쓰고 바닥에 내려왔을 때 꼬리뼈로 바닥을 지그시 눌러서 허리의 근육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처럼 같은 동작이지만 내가 사용하려는 근육이 무엇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동이 된다. 또한 골반의 안정성을 높이고 움직임을 만드는 것에 이보다 좋은 운동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골반안정화 운동을 일주일 진행한 후 A의 체형분석을 다시 진행하였다. 예상대로 골반의 정렬이 좋아지자 굽어있던 등 또한 자연스럽게 개선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는가? 골반과 허리 통증에는 좋은 걸 알겠지만 나는 오십견 또는 목이 아픈데 왜 이 운동을 먼저 시키는지?

    

어깨의 통증으로 인해서 찾아온 회원이 있었다. 그분은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릴 때 어깨 관절에서 통증과 불쾌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난 당연히 그분에게 브릿징 운동을 먼저 시행하였다. 그분은 “선생님 저는 어깨가 아픈데요?”라며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브릿징과 코어 운동을 먼저 시행하고 어깨 운동이 들어갈 거예요.”라고 말한 뒤 다시 운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난 어깨 운동을 하기 전에 코어 운동을 끝낸 뒤 회원에게 다시 팔을 옆으로 들어보라고 말했다. 회원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네”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팔을 들었다. 그런데 어깨 통증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불쾌한 소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회원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이후 회원에게 설명했다. “팔을 들어 올릴 때 가장 먼저 쓰이는 근육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팔근육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아닙니다. 신체의 어떤 동작이든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근육은 코어근육입니다. 대부분 어깨 통증이 있는 분은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도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의 중심에 있는 코어근육이 안정성을 제공하기 이전에 팔을 들어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죠. 잠깐의 운동으로 코어근육을 강화한 것은 아니지만 자극을 주어서 좀 더 빨리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린 것이에요.”     


설명을 듣고 난 후 회원은 나를 완전히 신뢰하는 표정을 지었다. 코어의 활성화 이후 체중 부하 없이 팔을 굽힘, 폄, 벌림, 모음, 회전 운동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체중의 부하를 이용한 운동을 실행하였고 이분의 어깨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깨 통증에도 다양한 원인이 많고 증상과 강도에 따라서 다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내용은 코어근육의 중요성이다.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의 불균형으로 인한 통증에는 코어근육이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코어근육이란 내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근육이 아니다. 스스로 사용할 수 없는 근육을 어떻게 강화시키는가? 강화가 아닌 최대한 코어근육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 없을 때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통증이 생긴 이후에는 달라진다. 통증이 생기면 우리의 근육은 자연스럽게 신체 내부기관 보호하도록 수축하고 긴장하게 된다. 스스로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세의 변형을 만드는 것이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걸어간다면 "저 사람은 어딘가가 불편하구나"라고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큰 근육들, 즉 코어근육이 아닌 근육들의 수축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면 코어근육들은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고 착각을 할 것이다. 약을 먹고 통증이 사라진 후에도 체형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증이 나타난 후 코어근육의 활성도가 떨어져 다른 근육들의 보상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코어근육은 매우 중요하다.     


코어근육들은 내가 스스로 힘을 줄 수 없는 부분들인데, 그렇다면 코어근육의 활성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코어근육은 미끄러운 빙판길을 걸을 때와 같이 불안정하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할 때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그렇기에 자세를 유지하고 버티는 동작 또는 불안정한 지지면에서의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재활 운동으로 접근한다면 운동의 속도나 가동 범위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안정성을 기르는 것에 더욱 집중하여야 한다. 어떠한 통증이든 브릿징 운동을 먼저 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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