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이야기(1)
한눈에 보아도 허리가 아파 보이는 E가 찾아왔다. E는 양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언제부터 허리가 아프셨어요?" 이 질문으로 E에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E는 공무원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요즘은 더욱 일찍 합격한 사례도 많지만, 이 당시에는 매우 빠른 시기에 합격한 것이었다. 그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무원 시험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그는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인지 허리에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매일 파스와 핫팩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허리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E는 어쩔 수 없이 근처 병원을 찾아갔다. 허리디스크이니 MRI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보자고 했지만,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시간이 지나면 낫겟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냥 약을 받고 물리치료만 받았다. 또한 통증이 심할 때는 한의원도 찾아가서 치료를 받았다. 아플 때는 침을 맞고 다시 공부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됐다.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공무원 시험을 치렀다. 당연히 떨어졌다.
당연히 한 번에 합격할 수 없지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다음번엔 무조건 합격하겠다고 마음을 굳세게 먹었다. ‘공무원 시험은 열심히 해야 되는 게 아니고 미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E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밤낮 없이 공부했다. 그런데 허리가 또 말썽이었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도 너무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E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므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소염진통제로 견뎠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목표로 했던 공무원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E는 자신 있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예전과 다르다. 다리가 저릿저릿 저렸다.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 일주일 뒤였다. 시험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허리 통증도 더욱 심해졌다. 다리 저림도 심해지고 무거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일주일을 참고 견뎌, 시험이 내일로 다가왔다. 이번엔 정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리가 이상했다. 움직이기도 힘들고 다리에 감각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갈 것인가, 내일 시험만 치고 병원을 갈 것인가... 고민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소중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만 참자. 그리고 다음날 시험을 쳤다. 시험을 마치고 나니 그나마 느껴졌던 다리 감각도 사라지고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 택시를 타고 바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방치했나? 너무 늦었다. 이미 디스크가 터졌다. 수술을 하기에도 시간이 늦었다며 주사와 보존적인 치료를 받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불행 중 다행인지 공무원 시험에는 합격했다. 그 이후 내가 있는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고 센터에 방문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받은 월급을 모두 병원에 투자했다며 하소연을 하였고, 아직까지도 허리 통증이 심하다고 하였다.
나는 E에게 병원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였다. 나는 2년 동안 성심을 다해서 교정 운동을 시키고 일상생활의 자세와 환경을 개선하면서 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통증의 강도가 심해서 운동에 제한이 많았고 나의 기술이 부족한 건지 큰 호전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서 센터에는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했다. 지금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처럼 치료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체에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면 지금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40대 아저씨가 있었다. 그는 종종 허리 통증을 느끼곤 했다. 택배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허리가 조금 불편한 날에는 항상 사우나에 갔다. 사우나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나면 통증도 사라지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그는 아플 때마다 사우나를 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엔 평소보다 통증이 조금 더 심했고 허리 주변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김없이 사우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평소보다 통증이 심했기에 조금 더 오래 머물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스트레칭을 하였다. 역시 뭉쳐있던 허리 주변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우나에서 나오고 일상생활을 하였다. 기분 좋게 집으로 가는 길, 코가 간지러웠다. 참고 참다가 크게 재채기를 하였다. 그 순간 억...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오며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바로 병원을 찾았고,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뒤 시술을 받았다. 이후 몸 관리를 위해서 센터에 방문하였고 지금까지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급성기통증시 유의 사항만 알고 있었다면 허리디스크가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급성기통증 대처법 - 1) 휴식, 2) 고정, 3) 거상, 4) 냉
1) 휴식을 취하고 2)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3) 통증 있는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위치하고 4) 차가운 냉찜질을 한다.
몸에 무리가 오면 우리 몸은 신체 내부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근육들이 단단하게 수축한다. 몸에 통증이 생긴다는 것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신호이다. 내부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수축한 근육들을 따뜻한 찜질이나 사우나로 풀면 내부 기관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척추뼈 사이에는 디스크가 존재하고 섬유륜이 보호막처럼 감싸고 있다. 척추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섬유륜이 파열되면서 디스크가 돌출된다. 디스크가 돌출되면 통증을 느끼고 주변에 근육들은 디스크를 보호하기 위해 수축하게 된다. 수축된 근육을 인위적인 방법(찜질, 사우나 등)으로 이완한다든가, 과도한 스트레칭을 하게 되면 돌출된 디스크가 탈출하게 되고 추가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아저씨의 경우, 이렇게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재채기를 함으로써 순간적으로 복압이 상승해 디스크 손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급성통증의 경우,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휴식을 포함한 초기 대응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통증 발생 후 3개월 이상 주기적인 통증이나 찝찝한 통증(둔통)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것을 만성통증이라고 한다. 만성통증의 원인은 부상이나 수술, 관절염, 스트레스, 신경계 문제 등 다양하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게 된다. 급성통증에는 냉 치료를 하지만 초반급성기가 지나서는 온열치료로 변경한다.
체형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급성통증 때문에 자세와 보행에 변화가 따르면서 손상 부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방사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 외에도 전체적인 신체분석을 통해 만성통증이 생긴 원인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통증으로 신경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치료 과정이 길고 매우 힘들어진다. 급성기 때에 대응을 잘하고 재활이 잘 이루어져야 만성통증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