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이야기(2)
이 세상에 허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를 하다 보면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있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우리는 피로를 풀기 위해 이것저것 노력해보지만 결국 그렇게 누적된 피로는 우리에게 통증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즉시 병원에 달려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쁜 일상에서 조금은 귀찮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 마음을 알고 있으며,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쌓이고 쌓이면 그때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나면 비로소 그 아픔의 무게를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병원에 갈 여유조차 없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아프기 시작하면 그 통증이 우리의 정신마저 흐릿하게 만들 때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정보들도, 마치 새하얀 종이에 지워진 글씨처럼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또는 아주 간단한 정보지만 모르기에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40대 남자 F가 찾아왔다. "허리가 아파서 인터넷에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협착증인 거 같아요. 협착증도 운동으로 가능할까요?"
허리가 어떻게 아프세요? 아침에 더 아프세요? 아니면 저녁에 더 아프세요?
F: 그냥 계속 아파요. 막 기분 나쁘게 아파요. 다리도 가끔 저릿저릿한 거 같아요.
걷다 보면 주저앉고 싶다거나 통증이 커질 때가 있나요?
F: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이상하게 아파요.
혹시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아픈가요? 아니면 굽힐 때 아프신가요?
F: 둘 다 비슷한 거 같은데, 엉덩이 쪽으로 해서 다리까지 느낌이 이상해요. 앉아있으면 더 아픈 거 같아요.
협착증은 아닌 거 같은데 엉덩이 위로 허리는 안 아프세요?
F: 엉덩이 쪽에서 다리로 아파요. 허리가 아픈 건 모르겠어요.
통증은 때때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괴롭힌다. 아픔이 찾아오면, 우리는 대게 그 고통의 부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짜증과 불편함만을 느끼게 된다.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통증 부위를 조금씩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허리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그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된 건지, 엉덩이에서부터 전해오는 건지, 다리의 감각이 어떠한지를 살피면 조금 더 선명해진다. 통증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신호이다.
나는 F에게 테이블 위에 한쪽 다리를 4자로 올려놓고 척추를 곧게 세운 상태로 고관절을 접어서 눌러보라고 했다. 그는 "엉덩이 아래쪽이 너무 당기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F에게 이 자세를 1분 정도 유지시킨 뒤에, 지금은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F는 황당하다는 듯이 "좀 괜찮은 거 같네?"라며 신기한 듯이 의자에 앉아보고 허리를 움직여보았다. 그러고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이상근 증후군이란?
이상근은 엉덩이의 깊숙한 곳, 즉 골반의 내부에서 시작되어 같은 지점 대퇴골에 붙어있는 근육이다. 이상근 증후군은 이상근 근육이 엉덩이 쪽의 좌골신경을 압박하여 엉덩이부터 다리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허리에는 통증이 없으며, 운동 시에 통증이 커진다. 이상근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통증은 스트레칭으로 해소된다. 스트레칭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침대 위에 한 발을 올리고 양반다리를 만들듯이 접는다. 그리고 척추를 편 상태에서 고관절을 천천히 굽힌다. 침대가 없다면 바닥에서 엎드린 자세로 눌러도 가능하다. 이 자세로 1분가량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이상근 증후군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상근 증후군일 경우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고 홈 프로그램을 권한다. 단순한 방법을 설명해 준 것에도 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상근 증후군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허리통증으로 착각하고 많은 검사와 오랜 시간 소염진통제를 복용한다. 그러나 통증은 줄어들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나에게 온다. 통증을 겪은 시간이 길어서일까? 단순한 스트레칭이지만 이분들에게는 몸에 날개를 단 듯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허리, 골반 질환은 그 양상이 무척 다양하고 흔히 나타난다. 내가 F에게 질문한 내용을 살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아침통증 - 디스크 가능성
야간통증 - 협착증 가능성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 - 협착증
허리를 굽힐 때 통증 - 디스크
걷다 보면 주저앉고 싶다 - 협착증
이런 식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질환마다 운동 방법은 조금씩 바뀐다. 하지만 위의 질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척추분리증, 전방전위증, 강직성척추염 그리고 단순한 요추염좌도 있다.
척추분리증은 척추의 연결부위에 분리가 일어나는 것이고, 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앞과 뒤를 연결하는 ‘협부’가 어긋나면서 전방으로 밀리는 것을 이른다. 생각보다 이런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매우 많으며, 대부분 요추 5번에서 발생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허리통증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제시할 것이다.
허리 통증 급성기에는 휴식을 취하고 휴식 후에도 통증이 있다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약 처방과 물리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일주일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정확한 검사를 받고 내 통증의 원인을 찾아라.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운동을 진행하여야 한다. 단순한 요추염좌와 허리디스크, 협착증, 분리증, 전방전위증의 경우, 통증의 강도와 질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운동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질환별로 운동을 하더라도 허리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허리가 자꾸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지금 당장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강직성척추염일 수도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만성염증질환으로 척추가 염증으로 인해 유착되어 뻣뻣하게 굳어가는 질환이다.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청년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난다. 전체 인구의 0.1%에서 1% 정도로 나타나는 희귀한 질환이다. 강직성척추염은 운동만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질환의 진행을 늦춰야 한다.
자, 이제 원인을 찾았다면 통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줄 차례이다.
요추염좌라면 소염제, 핫팩, 전기치료, 휴식과 같이 보존적인 치료로 통증이 사라지고 난 후에 일반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체형에 변화가 왔을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변한 체형은 통증이 사라진 이후에도 다시 정상정렬도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발 또는 다른 부위에 통증을 야기한다. 따라서 변형된 체형을 돌릴 수 있도록 자세교정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허리디스크라면 신전운동이 좋다. 엎드린 상태에서 허리를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골반안정화 운동을 진행한다. 골반안정화 운동은 큰 움직임이 아닌 멈추어서 힘을 주는 등척성 운동이 좋다. 윗몸일으키기와 같이 강한 복부운동은 피해야 한다. 강한 복부운동은 복부의 근육 중 복직근이 대부분 사용된다. 코어 운동이 아니다. 코어근육은 복부의 근육 중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복횡근과, 골반기저근, 횡경막, 척추다열근이다. 골반안정화 운동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면 엎드려서 상체와 하체를 드는(소위 ‘슈퍼맨 자세’) 신전운동을 하자. 통증이 사라지고 다시 자세 정렬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허리디스크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신전운동 또는 맥켄지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허리를 뒤로 펴서 요추의 전만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통증이 심한 단계에서는 엎드려서 상체를 세운 자세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신전운동을 한다면서 허리를 과도하게 꺾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한 단계에서는 가능한 만큼의 신전운동과 약물 등을 이용하여 통증을 제어하지만, 어느 정도 통증이 잡힌 뒤라면 골반안정화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골반안정화 운동이란 골반의 움직임 없이 다리를 움직이는 동작이나 등척성운동을 통해 골반 속에 있는 작은 근육들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신전운동을 한다고 골반을 과하게 요추전만을 만들면 그로 인해 또 다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골반의 정상 각도를 찾는 것은 전문가의 정확한 촉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골반의 앞, 뒤로 가장 튀어나온 부위를 찾는 것이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 바닥과 허리 사이에 손가락 한 개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정상 정렬이라고 볼 수 있다. 손이 완전히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뜬다면 전방경사, 들어갈 공간이 아예 없다면 후방경사로 추측할 수 있다. 골반의 정상각도는 요추전만 5도에서 10도 사이이다. 즉 정상 정렬이 요추전만자세인 것이다. 무작정 신전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통증이 해소된 뒤 요추전만인 정상정렬자세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골반안정화 운동이 따라주어야만 올바른 신전운동이 가능하다.
협착증이라면 신전운동은 답이 될 수 없다. 골반안정화 운동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척추의 디스크가 밀려 나와서 신경을 누르는 것이기에 운동과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통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디스크가 탈출했다면 운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술 또는 수술이 필요하다. 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므로, 척추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여 척추관에 압박으로 인한 통증과 협착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운동으로 협착증을 고칠 순 없지만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관리한다면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척추분리증 전방전위증은 허리를 과하게 펴는 것도 굽히는 것도 좋지 않다. 근육의 길이가 변하지 않고 힘을 지속해서 줄 수 있는 등척성 운동을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랭크와 같은 운동들이다. 이렇게 질환마다 운동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원인을 명확하게 찾는 것이 운동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