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이야기
무릎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다. 대개 하루 이틀 정도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곤 하지만,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무릎 연골이 마모되거나 물이 차는 등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무릎은 체중을 지탱해 주는 소모성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무릎 관절을 통증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은 무릎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 과정 중 잘못된 사용으로 무릎에 부하가 생겨 오히려 무릎이 망가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올 때, 보행할 때, 운동을 할 때 당신은 무릎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무릎 주변의 근력을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릎 관절을 사용하고 있는가?
일상생활에서나 운동할 때 근력을 사용한 것인지 관절을 사용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겠다. 팔꿈치를 최대한 펴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누른다고 생각해 보자. 내 팔근육을 사용하는 것인지 팔꿈치 관절을 사용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 우리는 관절 가동 범위 확보를 위하여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은 굳어진 인대나 힘줄을 원래 운동범위로 늘려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때 근육 및 연부조직의 최대 범위까지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관절 과사용에 대해서는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특히나 항상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무릎관절의 경우 과하게 사용하면 무릎에 전달되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퇴행성관절염, 연골 손상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무릎 주변근력강화 운동을 하지만 무릎 주변 근력운동은 스트레칭과 다르다. 근력 운동 시 관절의 최대 범위가 아닌 근육의 긴장도가 사라지지 않는 범위까지 진행하는 것이 내 관절을 지키는 방법이다.
20대 여대생인 H는 필라테스가 하고 싶어서 센터에 찾아왔다. 일상생활에서는 특별히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다이어트와 근력 강화가 목적이다.
H : 필라테스 하면 살 빠지겠죠?
필라테스는 자세를 교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운동이에요. 다이어트에 도움은 되지만 다이어트에는 식단관리가 우선입니다.
H : 네 식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칼로리 계산해서 먹어야 하나요?
매번 칼로리 정해서 그램 수를 맞추어 드시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실 수 있으세요?
H : 아뇨, 귀찮아서 못 하겠더라구요.
식사 규칙적으로 하시고 단백질 위주 식단 하시구요. 탄수화물과 설탕 줄이세요. 그리고 식사할 때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을 먼저 드시는 게 좋아요.
H : 네, 그렇게 해볼게요. 그런데 그룹으로 필라테스 운동 예전에 해본 적이 있는데 스쿼트나 런지를 하고 나면 무릎이 자꾸 아파요. 그래서 그만둔 적이 있어요.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그럴 수 있죠. 체중이 무릎 쪽으로 쏠려서 그럴 거예요. 스쿼트 진행할 때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끝은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세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무릎을 굽히시고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보세요.
자세를 잡고 스쿼트를 했지만 여전히 그는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자세를 살펴보니 스쿼트 시 오른쪽 무릎이 안쪽으로 미세하게 밀리는 동작이 나왔다. 그리고 내려가면서 체중이 실릴 때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발목을 다친 적이 있나요?
H : 예전에 조금 심하게 삔 적이 있는데, 오래 전인데요. 2년 전쯤인 것 같은데..
그때 발목 재활 운동은 하셨나요?
H :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구요. 며칠 지나니깐 괜찮아서 그냥 있었어요.
발목이 문제인 것 같네요. 앉으셔서 발바닥에 수건을 깔아두시고 발가락으로 쥐고 펴기를 반복 해볼게요. 그리고 발목을 새끼발가락 쪽으로 들어 올리고 내리고 반복해 볼까요? 이젠 발목을 들어 올린 상태에서 발가락들을 벌렸다가 모아볼까요? 잘 된다면 일어나서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똑같이 해볼게요.
마지막으로, 손으로 벽을 잡고 체중이 너무 앞쪽으로 쏠리지 않게 막은 뒤에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내려보세요. 며칠 뒤에 다시 오실 때까지 이 동작들만 매일 해볼게요.
3일 후 H가 방문했다.
발목 운동 하셨나요?
H : 네, 많이 했어요. 스쿼트 해봤는데, 무릎이 안 아파요. 그런데 런지는 해보니깐 아픈 거 같아요. 그리고 그전엔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가끔 무릎이 아픈 거 같아요. 운동 잘 못해서 그런 건가요?
이전부터 가끔씩 아팠을 건데 무심코 지나쳤을 거예요. 이전에는 모르고 지나치다가 체형센터를 다니면서 신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죠. 센터를 다니면서 숨겨져 있었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통증 신호를 잘 느껴서 체형을 바로 잡는다면 나중에 큰 부상이나 퇴행성 질환을 막을 수 있어요. 런지부터 볼게요.
런지는 발을 어깨너비로 서서 오른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고, 오른손은 오른쪽 엉덩이에 둘게요. 척추는 곧게 세우고 고관절을 굽혀서 내 어깨와 무릎이 일직선상에 올 수 있도록 해보세요. 왼쪽 발뒤꿈치는 들어 올리고 왼발에 힘을 뺀 뒤 오른발로 바닥을 누르듯이 힘을 주세요. 그렇게 하면 오른쪽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야 합니다. 동작을 하기 전에 내가 사용하는 근육이 무엇인지 먼저 인지해야 해요. 제가 말씀드리는 런지는 엉덩이 근육이 타깃 근육입니다. 계단보행도 한번 볼까요?
H는 계단을 오를 때도 내려올 때도 무릎을 과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보였다. 계단을 오를 때는 다른 한발이 다음 계단에 닿기 전에 버티는 다리의 무릎이 먼저 펴졌다. 내려올 때는 휘청거리듯이 내려간 발쪽 무릎이 안쪽으로 쏠리며 무릎관절이 완전히 펴진 상태로 체중을 견디는 모습이었다.
계단 또한 엉덩이 근육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무릎관절에 치중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발목이나 엉덩이 근육이 약할 경우 체중을 지지하기 위해 무릎을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모습을 확인한 뒤 런지와 더불어 엉덩이 근육운동에 집중하였다.
H의 무릎 통증은 위의 훈련을 거친 뒤에 사라졌다. 이처럼 발목을 삐끗한 뒤에 자연적으로 치유된 경우에도 다친 부위가 약해져 체형은 조금씩 변화한다. 이러한 경우, 발목이 아닌 다른 곳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일수록 똑같은 운동이지만 어떤 근육이 주요 근육인지, 자세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하체운동의 대표적인 운동은 스쿼트, 런지이다.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하체운동의 주요 타깃은 신체 중심부에 가까운 엉덩이 근육으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상체운동을 할 때 가슴과 등 운동을 하면 팔의 근육 또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처럼 하체운동에 타깃이 엉덩이라면 다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우리는 운동선수들이 항상 경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스트레칭은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무릎 통증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서가 아닌 무릎의 과사용 때문이다. 예전에는 보통 격한 활동 전 예비 운동으로서의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 무릎 손상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요즘 무릎 통증의 원인은 신발인 경우가 많다. 굽이 높은 하이힐은 말할 것도 없이 일반운동화마저도 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발굽이 높아지면 종아리 근육이 짧아지며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근이 과하게 사용된다. 종아리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과 비대칭적인 허벅지 근육 발달은 무릎을 과하게 편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과도하게 펴진 무릎 상태가 익숙해지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이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형태를 백니(Back knee)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오다리와 엑스다리 모두 Back knee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며 현대사회의 무릎 통증에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