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미녀와 순정남>에는 도박에 중독된 어머니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작게 재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수렁에 빠져 자녀들을 불행에 빠뜨려 고통스럽게 만든다. 거액을 도박장에서 탕진하고 나올 때마다, ‘죽네 마네, 손목을 자르네’ 하면서 울부짖지만 그건 그때뿐, 그녀의 도박은 끝나지 않는다. 그 녀가 반복하여 저지르는 사고는 나날이 커지고 홍수처럼 불어나 탑스타, 인 딸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종국에는 자신의 딸을 자살까지 하게 한다.
최근 방송에서도 막내아들이 재벌 딸과 사귀는 것을 알게 되자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입금되자 그 돈을 들고 다시 도박장에 가서 모두 털리게 되고 아들은 사귀는 여자의 집에서 사기꾼으로 오해받으며 쫓겨난다.
삼 남매는 울부짖으며 오열한다. 엄마의 도박과 사기행위에 대해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 깊은 실의에 빠진다. 드디어 모두 엄마와의 인연을 끊겠다 한다.
그 장면이 너무 애처롭고 가여움으로 마음이 뭉클했다. 그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현실적으로 묘사 되어서랄까? 도박을 끊을 가능성이 없는 엄마,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죽지 않는 한 중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그런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가정은 파탄 나고 가족은 흩어질 수밖에 없다. 엄마와의 인연을 끊으리라, 결심한다고 끊어지면 혈연이 아닐 것이다. 끊을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 질곡을 메고 고통스럽게 살아왔겠는가.
도박도 불치병, 이다. 부모의 중독이든 자식의 중독이든 고통받는 대상은 가족이다. 중독 정도에 따라 이 드라마에서처럼 누구 하나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무서운 질병이 도박이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연예인이지만 탑스타들의 부모 중 그런 예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울 때가 있다. 들을 때마다 참으로 이해가 안 가지만 그도 난치병이라 개과천선이 안 되는 것 같다. 자식이 스타, 라면 부모는 자랑스럽게 여기며 더욱 조심하고 조용히 사는 것이 자식을 돕는 일이라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돕지는 못할 망정 재를 뿌리는 것은 부모가 해서는 안 될 해악이며, 인간답지 못한 일이다.
세상에는 이해 안 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치매는 치매라서 대부분의 실수가 동정받는 경향이 있다. 도박이나 마약, 알코올중독은 자신과 가정을 파괴시키는 대표 중독이며 이해받기는커녕 노출이 두려워 꼭꼭 숨기고 있는 정신질환이다. 이 질환은 당사자가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받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여타의 질병과는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중독에는 선한 중독이 더 많다.
탄생이 얼마나 경이로운 축복인지 알게 해 주고, 삶이 얼마나 설렘의 연속인지 경험하게 해 주는 파라다이스 같은 중독의 세계도 얼마든지 있다. 파괴로 가는 중독이 아닌 자존감을 높이 쌓아가는 가치 있는 생을 향한 환희의 중독을 누려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