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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가던 날

좀 더 따뜻하게

by 박미라 Mar 19. 2025

1월 초, 동생과 함께 시립 미술관에 방문했다. 사실 외출의 목적이 처음부터 미술관은 아니었다. 근처의 관공서에 용무가 있었는데 예상보다 지나치게 빨리 끝나는 바람에 인접한 곳에 소재한 시립미술관에 들러보자  했다. 이른 오전이라 관람객은 우리 둘밖에 없었다. 마치 우리가 미술관을 전세 낸 것 같은 착각 속에 그림을 감상했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평소에 전람회에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주로 책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으면서 아트 분야의 호기심을 족시키는 내향적 수준이었지, 발품을 팔아가며 즐기는 적극적 스타일이 아니었다. 여행 중 세계적인 미술관 투어를 하거나 가끔 서울 소재의 유명한 미술관에 마음먹고 예약하여 방문한 적은 있으나 내가 사는 지역의 미술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에 어떤 미술관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림공부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화에 눈 뜨고 흥미를 느끼면서 내 생활의 반경이 확대되어 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에 방문하던 날,                                                     마침 KBS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관람객이 우리 둘밖에 없는 터라 어쩔 수 없이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으나 말을 너무 못 하는 데다 이 지역 특유의 억세고  촌스러운 어투가 느껴져 계속 신경 쓰이고 부끄러웠다.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방송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2주일이 지났나 보다.                                                                어느 날, TV 뉴스를 보고 있는데 시립미술관이 등장하더니 나의 인터뷰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거의 잊어버리고 있던 중, 이라 그 장면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나의 걱정을 무시라도 하듯, 순식간에 지나갔다. 편집을 너무 잘 한 덕분에 촌스러움이 최대한 숨겨진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몇몇 지인들의 전화도 받고 인사도 받았다. 연초부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평생 처음 있는 일. TV 뉴스 프로그램 관계자와의 인터뷰..                  브라운관에 노출된 노년이 스며들고 있는 중년의 내 얼굴, 그리고 부끄러움의 모면...                                                                                         짧은 해프닝,이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크든 작든, 곱든 밉든                         우리가 살아가는 길목, 어느 페이지에 때로는 뜻밖의 만남이, 뜻밖의 행운잠복하여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무료하고 없는 일상에 어느 날은 예쁜 모자도 씌우고 화려한 목걸이도 걸어주며, 우아한 원피스도 입혀 주면서 변화를 준다조금 더 신명 나는 생, 이 되지 않을까?  더 즐거운 생활이 보장되지 않을까?                                                                                     깜짝 인터뷰를 맞이하고 철없는 생각과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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