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설임
우린 망설임의 연속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럴까 저럴까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지인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 하면 어느새 당나귀 귀가 되어 돈을 좇기 시작한다. 그러다 돈 버는 일이 힘들고 어려우면 쉽게 포기하고 ″나의 길이 아니다″라고 빨리 정리하면서 지인이 돈 번 것에만 배 아파한다.
불로소득으로 돈 번 지인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었는지 그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게 나만 빼고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대박 난다고 생각하다 ″주변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하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돈을 번다는 것은 마음고생 몸 고생이 수반되며 자신의 영혼을 태워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현금화시킨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고통도 싫고 의욕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든 망설임부터 먼저 작용한다.
그 망설임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부동산 계약이든 비트코인이든 또 주식을 사지 않고 관망하다 하락장이 되면 ″안 사서 다행이다″ 자신을 칭찬하다 호시절이 다시 돌아오면 기회를 잡지 못한 자신을 원망한다. 우린 망설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마음속에서는 왜 망설였냐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결국 답은 실행과 용기가 없어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
부동산은 1도 모르는 나 ″단지 내 아파트 상가를 구입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만 듣고 ″묻지 마 투자″를 했다. 7년 어학강사, 20년 차 교육 에이전트 대표로 활동하면서 노동의 대가만이 정당한 돈을 버는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뼈저리게 느꼈다. 노동의 대가는 밥만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재산 증식은 저금으로 부동산 투자 이익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불로소득은 재앙이라며 나를 괴롭히는 남편, 일하기 싫으니까 부동산에 눈을 돌린다며 투덜대는 남편을 데리고 도곡동, 대치동 아파트 임장을 수 없이 다녔지만 집은 한 채로 만족하는 남편. 행여 내가 일을 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마누라에게 짐을 실어주고 내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부부 싸움으로 번지던 그때가 나에게 찾아온 부동산 기회였지만 이 모든 기회를 놓치고 2022년 용기 내어 상가 투자를 했다.
상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언니의 얘기를 듣고 나도 저 언니처럼 불로소득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먼저였다. 신은 알았을 것이다.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인간은 가보지 않은 길에 갈증을 느낀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상가 투자는 전문가들의 리그였다.
부동산 투자 프로들은 법을 손안에 들고 빠른 정보, 전문 수업을 들은 후 일정 시간 상가 임장과 제척 당하지 않을 알 박기 상가를 찾아 수익성과 미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투자한다. 상가 쪼개기 또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영역이며 끝없는 학습과 실천으로 좋은 입지, 좋은 가격, 좋은 투자 장소를 찾아낸다. 철저하게 준비된 부동산 프로들 리그에 왕초보 박여사가 참여했으니 구절양장이었다.
내가 첫 투자한 단지 내 상가는 ″일몰제″ 기간이었다. 상가 조합원은 아파트 조합원과 달리 조합설립 후 자유롭게 상가를 매수, 매도가 어렵지만 일몰제 2년 기간 동안은 가능하다.
상가 투자는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것을 모른 나″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둘 다였다. 건축 자재비 인상, 분담금 인상, 재초환까지 안고 가야 하는 운명 ″아파트 입주권″ 티켓에 너무 쉽게 빠져든 유혹의 대가는 험한 비포장도로였다. 부동산 투자 강의처럼 교과서 내용 그대로 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상식을 벗어난 사건들, 상식을 벗어난 협상은 시합에서 이기지 못할 경주마처럼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는 절망의 하루하루의 시간을 이겨내야 했다.
● 임장 : ″현장에 임한다″ 는 뜻으로 부동산 현장에 직접 가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과정
● 제척 : 부동산 및 토지 분야에서 제척은 특정 토지나 건물을 분리하거나 제외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로
소유권을 명확히 하거나 개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
● 알 박기(상가) : 알 박기는 부동산 신조어며 재개발 예정지역의 중요한 지점의 땅을 미리 조금 사놓고
개발을 방해하며 많은 돈을 받고 파는 행위 또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 중 아파트 중앙에 있거나 재건축 시 제척하고 갈 수 없는 입지에 있는 상가
● 일몰제 :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었는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할 경우 2년 유예
● 재초환 :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해 조합원이 얻은 초과 이익을 정부가 일정 부분
환수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