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도 항상 끝은 있어. 괜찮아.

by 캐나다 부자엄마

나만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다.


잘 될 것 같다가도 나는 곧잘 땅에 처박혔으니까. 미련한 두더지처럼 고통을 파고드는 사람이라 다가오지도 않을 미래의 고통까지 끌여들였어. 잘 안될 거라고 나 같은 애는 잘 안될 거라고. 안 되는 이유야 만들어 갖다 붙이면 되잖아. 엄마가 없는 것. 아빠가 술주정뱅이인 거. 할머니랑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것. 대학을 못 간 것. 고통이란 건 한번 캐면 우다다닥 딸려 나오는 고구마 뿌리 같은 거니까.


천만다행이었어. 내가 혜영이를 만나고 공장에서 엠마를 만난 건.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할머니 때문에 상처받고 혼자 울었잖아. 파란 새벽에 소리도 못 내고 울었잖아. 사람이 싫다고 사람 같은 건 정말이지 싫다고 머리를 흔들고 울부짖어도 결국엔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사람이었잖아. 사람 덕분에 버틸 수 있었잖아.


나는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어. 나만 운이 더럽게 없어서 지지리 복도 없는 년이라서 세상의 모든 슬픔들을 다이고 지고 산다고 느꼈거든.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걷고 아무리 걸어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혔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해봤자 안 되는 걸. 나 같은 게 뭐. 나 같은 애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어. 한번 덤벼보지도 않고 해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혼자 겁을 집어 먹었던 거야. 가난해서 엄마가 없어서.


내가 날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한 거야. 해봤자 안된다고 결국 너 같은 건 해도 안된다고. 엠마랑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갇혔다고 생각했던 긴 터널 있잖아. 한 치 앞을 모르는 터널에도 끝은 있더라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모든 나쁜 일에도 끝이 있으니까. 지금 힘든 것 다 괜찮다고 마음에서 어떤 소리 하나가 딩~하고 울리는 거야. 그래 맞아. 왜 몰랐지.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쉬운 걸 왜 몰랐을까?


그때부터였어. 사는 게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게. 내 인생이 기대가 되는 게. 열심히 하면 내가 열심히 하면 뭔가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 그렇게 생각한 다음부터는 사는 게 신나더라고. 공장에서 박스를 접고 테이프를 붙이는 일들이 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박스를 접으면서 꿈같은 거 내 인생 같은 것도 접어버렸다고 생각했어. 스무 살도 안된 게 세상 끝난 사람처럼 표정 없이 박스만 접었거든. 근데 그게 아닌 거 같아.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점처럼 연결돼서 언젠가는 그게 별처럼 빛나게 될 것 같거든.


내가 날 믿어주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지.


운이 좋았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에 좋은 사람들이 깨찰빵에 검은깨처럼 콕콕 박혀있었으니까. 나만 보면 밥 먹었냐 묻는 혜영이가 그랬고 힘들어도 언제나 웃어주는 엠마가 그랬으니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같이 지내느냐가 정말 중요한 게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건강한 생각들이 나한테 옮겨오기 시작하는 거야. 생각이란 게 마음이란 게 정말 전염이 되더라고. 감기처럼.


사는 게 재미있어. 그냥 하나씩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헤쳐나가는 느낌 슈퍼 마리오처럼. 하나둘. 내 머리로 블록을 깨 가면서 버섯도 먹고 별도 먹으면서. 내가 날 점점 좋아하게 되는 거야.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라는 게 날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하나둘 모이는 자신감처럼 돈도 모이기 시작했어. 백만 원이 모이는데 한 달 정도 걸렸거든. 공장일도 요령이 생겼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인정받고 있어. 공장이모들이 잘한다고 나보고 생활력이 강하다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정말 그래 고래같이 묵직했던 슬픔 같은 게 간질거려. 간질간질거리다 언제가 꽃이 확 필 것 같아.


요즘 내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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