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포개 놓지 마.
이걸 어떻게 영어로 말하는 걸까. 음 의자는 체어니까 체어. 그리고 하지마는 동두댓인가. 아. 모르겠다. 영어는 너무 어려워. 난 잘하는 게 없네.
유치원 출근 첫날이었다. 꼬마 두 명이서 의자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의자를 높게 들더니 갑자기 의자 두 개를 포개는 게 아닌가. 아 위험해. 안돼. 둘은 애타는 내 맘도 모르고 의자 위에서 방방 뛰더니 날 보고 씩 웃는다.
의자 그렇게 포개 놓으면 안 돼. 말을 해야 한다. 영어로 해야 하는데.
두둠칫.
뭐라고 말해야 되지? 머릿속이 까맣다. 뭐라고 말해야 되는데 모르겠다. 아 이놈의 영어실력. 하루 종일 그게 마음에 걸렸다. 자신감을 잃으니 영어는 버벅거렸고 몸은 고장 난 로봇처럼 뚝딱거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물어볼 법도 했는데 한없이 작아져버린 나는 그런 용기도 없었다.
내가 캐나다에서 일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영어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고 캐나다까지 온 나를 자책했다. 내가 그럼 그렇지. 뭐 하나 잘하는 게 있어야 말이지.
우울한 생각은 오래갔고 무거웠다. 한없이 나를 끌어당겼다.
의자 포개지마. 그 한마디가 뭐라고. 그게 뭐라고. 나를 이렇게까지 작아지게 할까. 자책했다. 인터넷에서 문장을 찾아 달달 외웠다. 그래도 혹시나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땐 잘 말하면 되잖아 하고서.
월요일이었을 거다. 꼬마 둘이서 의자를 들고 포개려고 했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왔다.
“Please don’t stack the chairs. It’s not safe.”
꼬마 둘이 내 말을 듣고 멈췄다. 오케이. 쏘리 유영이라고 하면서.
그 순간, 온 세상이 멈추는 느낌이었다.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돌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내 영어가 통했어. 어머 웬일이야. 내가 그런 고급 문장을 말하다니 혼자 괜히 으쓱거렸던 날들. 에이 뭐 영어 별거 아니네. 혼자 후훗 거리며 버스를 타고 웃음 짔던 그날의 기억.
결국 중요한 건 문법도, 발음도 아니었다.
실패해도 다음번에는 잘해봐야지. 포기하지 않고 또 한 걸음 내딛는 용기였다. 무엇이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모를 수도 있지. 그럼 배우면 되고 굳이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내가 날 더 초라하게 만들지는 말자고.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