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희 Nov 01. 2024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별

진짜 줄눈쟁이가 되려면 중꺽마 정신이 필요해 - 어쩌면 도망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본질적인 태도와 눈빛을 더 중시한다. 외모나 겉모습보다는 대화 중에 느껴지는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처음 만난 자리라도 함께 밥을 먹을 때 불편하지 고, 특히 면종류를 먹을 때 먹는 모습이 거슬리지 않은 사람이 좋다. 편안함 안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모습은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 였고, 현장에 처음 와보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지 않았다. 작업복마저 잘 챙겨 입고 왔었다. 줄눈쟁이들이 즐겨 신는 크록스까지 신고 온 것을 보고 첫날치고는 합격이다라고 생각했다. 낯설고 어색해했지만 그의 태도는 정중했고, 눈빛은 절실했다. 끝을 흐리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그를 챙겼다. 밥 한 끼 사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맛집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했다. 필요한 것 같으면 로션이라도 하나 더 사서 주려고 했다. 받으려고, 받고 싶어서 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내 사람이 되었는데 함께 즐겁고, 함께 돈 벌었음 하는 마음이 컸다. 늘 진심으로 그를 대했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들고 나면 그 사람이 미워도 밉지가 않으니 훨씬 더 솔직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날은 식사를 하다가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좋다며 나에게 이렇게 받은 은혜는 꼭 갚겠다 해놓고 얼마 되지 않아 가족, 경제적인 것을 핑계로 그는 떠나겠다는 말을했다. 나는 실망을 겪어야 했다.


나를 실망하게 한 사람들마다 태도는 제각각이다. 어떤 얌생이 같은 친구는 아프다고 안 나왔다. 반복적으로 일이 너무 많은 날은 아프다고 나오지 않으며, 나에게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병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찰떡같이 믿고 걱정하는 내게 병원비를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또 어떤 놈은 줄눈이 돈이 된다는 소리에 돈말 벌게 해달라고 힘든 일을 다하겠다고 떵떵거리더니 내가 오너가 아닌 여자로 보였는지 야한 이야기를 계속 거들먹거리길래 일부러 거친 욕지거리 한마디 했더니 툴을 던지고 나가버렸다. 이 놈은 날 뭘로 봤을까 싶었다.  이기적이고 황당한 이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지만, 이 또한 내가 겪어야 할 배움이었다.


나는 열심히 줄눈 기술을 알려주었고, 나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그런데 받는 것만 생각하는 그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내가 그들의 노동력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줄 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을 생각을 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주 잘못생각하고 있는 거다.

나는 혼자서도 일을 한다. 혼자서 해야 자재 손실도 적고 오히려 더 빠르다. 밥값, 음료값도 안 나가고, 숙소비도 안 나간다. 그런데 그들이 있어서 일부러 밥도 음료수도 챙긴다. 피곤할까 봐 집에 가도 되는데 일부러 숙박하고, 초보인 그들 때문에 줄눈자재 손실도 보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은 시간과 몸만 투자하며 일하지만, 나는 현장을 책임지면서 시간과 몸과 특히 많은 돈을 투자하고 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맞다, 우리 일이 아프면 없으니 필요악으로 서브로 나를 대신해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힘들지만 1년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되려면 어쩔 수 없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편을 만들고 나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진짜 줄눈쟁이 중에 이런 과정들이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워서 혼자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이런 것을 악용하고 있는 배우려고 하는 자, 돈만 받고 기술은 알려주지 않는 자. 3개월만 배우면 일을 주고 월수입을 보장하겠다고 부풀려 말하는 자.. 등등 나쁜 사람들이 꽤 많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함께 하는 동생은 하도 사기를 많이 당해서 독립적으로 현장을 맡는 데까지 꽤 오랜 허송세월을 보냈다. 얍삽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을 보고 적당한 곳에서 한 5-6개월 줄눈일을 배우고, 앞에서는 얻어먹을 거 다 얻어먹고 하루아침에 돌변해서 경력직인 것처럼 경력을 속여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애초에 돈으로 장난질하지 않겠다. 배고픈 독립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었던 것이다. 상처받는 건 나뿐이라고 적당히 정을 주라고 하는데 도무지 난 그것이 안된다.  적당히 정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는 옛말이 있다.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사랑하는 사이도

하루아침에 남이 되는 허탈감을 우리는 20대에 겪어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나의 인생의 열차에 탄 사람들과 으쌰으쌰 하는 것도 에너지가 부족한데, 굳이 뭐 하러 내리는 사람까지 위하면서. 잘 가라는  해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난자리가 허전하고 힘들기는 하겠지. 다행히 지금 주변에 사람들도 있고 상의할 친구도 있고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의 감정도 중요했고 다친 나의 마음의 소리를 체크하는 것도 필요했다. 나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동안 신경쓰며 고생했던 내가 또 당한 것 같아서 허탈하기는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우리가 다시 만날지 모른다고, 웃으며 좋은 마음으로 헤어지자고 했다. 애써 배운 기술을 그만 배우고 중간에 떠난다고 하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는 다 배웠다 착각할 수도 있겠다. 혹은 충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미 맘 떠난 사람 붙잡고 있어 봐야 서로에게 에너지 낭비임을 알기에 붙잡을 이유도 없었지만 말이다. 여러 번의 사람을 보내면서 나도 조금은 성숙해졌음을 느꼈다.


이별은 단어만 들어도 힘겨운 단어는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의 이별을 한다.

나에게 이별할 준비를 주지 않는 경우는 더더욱 슬프고 힘들다. 이기적인 것이라고 화딱지 내봐야, 나만 손해인 이별인 것을 안다. 앞으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층 더 성숙하고 현명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와 상대 모두에게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가겠다.






진짜 줄눈쟁이가 되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중꺽마' 정신으로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운을 잘 타고나서 그렇게 잘된 것이 절대 아니다.


버티지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해 줘도 중꺽마 정신으로 버다는 것을 절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중꺾마를 할 수도 없다. 그것도 습관이라 또 '중간에 꺾여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중꺽마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몸과 마음에 새겨 넣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