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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꽃 Oct 07. 2024

3. 쉼표, 다시 시작하는 용기

나를 위한 위로가 필요한 시간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있다.

모든 에너지를 발끝으로 모아, 탕 소리와 함께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그 짧은 순간의 집중력이 승패를 가리기도 한다. 


바로 준비자세이다.


초등학교 때 체육대회에서 경보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경기 규칙대로 뒤꿈치를 땅에 붙이며 열심히 걸었다. 

그때의 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들의 표현을 빌려본다. 

'손은 휘적거리느라 매우 바쁜데, 다리는 느긋해서 뒤뚱거리는 펭귄 같았어!'

어릴 적 내가 굉장히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었다. 


마음은 바쁜데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동시에 그 순간 "잘하고 있어! 힘내!"라고 외치던 친구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꼴찌라는 생각에 창피했던 나에게 친구가 건네주었던 따뜻한 말, 그 순간 나는 하나의 쉼표를 얻었다.


인생의 쉼표는 멈춤이 아니다.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일 뿐이다.

나의 마음속에 잠시동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을 따뜻한 말로 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 분명히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2024년 3월 새로운 지역으로 터전을 옮겼다. 4년을 있었던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 또 부장을 맡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부담감이 날로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익숙지 않은 업무, 20명의 1학년과의 학교생활은 나를 녹다운시켰다.


어느 날은 집에 와서 깜빡한 업무가 하나 떠올랐다. 생각보다 큰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날 저녁은 마음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부장에 맞지 않는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날들이 8월이 되도록 반복되었다. 모든 일들이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방에 터진다고 느껴졌다. 불만들이 쌓이고 학교사람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내가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에게 충분한 쉼표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쉼표가 필요한 타이밍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균형을 위해 지치고 힘든 순간에 쉼표를 잘 찍어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스스로에게 격려하는 말은 넘쳐도 괜찮다.

양주의 위아(爲我) 주의에서는 먼저 나 자신을 챙기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위아는 나를 위하는 마음이다. 나를 먼저 채워야 그다음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나를 자책하고 무조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보다 근심을 비워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근심이 없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여러 쉼표들 덕분에 나는 여러 날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공간, 나의 쉼표,

나를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을 수도 있지만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만남을 갖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섣불리 마침표를 찍기 전에 쉼표라는 공간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다.





불안이라는 마음이 올라올 때, 마음을 다스릴 있는 글귀를 적어 거울에 붙여놓는다. 

거울 앞에 서서 글을 읽는 1분의 습관이 나의 하루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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