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무모한 도전-구글맵을 믿지 마세요.
까오방 2일 차.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고 배낭을 맡긴 후 밥을 먹으러 갔다. 어제 그 피자집에서 샐러드와 팬케이크를 먹고 오늘의 목표인 누이맛탄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구글맵의 경로 탐색을 하면 자동차, 오토바이, 도보 경로가 탐색되는데 이때 나는 오토바이 경로만 믿고 그대로 따라갔다. 한참을 달려 작은 마을 초입으로 가라더니 돌 길, 아니 바윗길에 경사가 어머어마한 길로 가란다. 이게 맞나? 오토바이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차 몇 대가 와서 되돌아간다. 비탈길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길래 나도 그 옆에 세웠다. 걸어서 일단 가보기로. 청년 한 명이 앞서 간다. 따라갔다. 지도를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한참을 가도 산길이다. 심지어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다. 산 속이라 그런가….. 청년이 돌아 내려간다. 근데 이미 너무 많이 왔다. 어쩌지…. 좀만 더 가보기로 한다. 가다 보니 깊은 산 중에 덩그러니 집 한 채가 있다. 뭐지? 이 산속에서 우릴 해쳐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등골이 오싹한다. 사람이 보인다. “누이맛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앞 방향을 가리키니 맞단다. 맞아? 그럼 가보자. 힘도 들고 무섭기도 하고… 딸아이랑 노래를 크게 부르며 갔다. 체감 상 1시간 넘게 간 것 같다. 고개고개 넘어 드디어 보인다. 저 구멍 난 산… 내 가슴에 구멍 날 판이다. 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거든~ ㅜㅜ그래도 왔노라! 보았노라!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누이맛탄에서 레닌 호수로 가기로!! 이름도 떨리는 레닌 호수!! 구글맵으로 1시간 40분 정도네~ 이때까지도 나는 구글맵을 믿었다. 세계 최고 IT 회사에서 만든 지도니 얼마나 정확하겠어… 그렇게 구글맵을 따라 달렸다. 열~~ 심히 달렸다.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나는 1시간 정도 죽음의 산길을 달리게 된다. 처음
산길로 진입할 때는 어떤 길이 나올지 몰랐기에 지도만 믿고 갔다. 풀이 무성한 구간도 오토바이 바퀴로 다져진 길이 보이고, 간간히 오토바이들도 지나가니 나도 갈 수 있겠거니 했다. 근데 점점 길이 이상하다. 자갈돌, 바윗돌 길에 여기저기 파여 있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데다 오토바이가 돌들을 못 넘는다. 초보인 데다 딸아이를 태우고 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딸아이에게 교육시켰다. 엄마가 넘어지면 뒤로 뜀틀 하듯 뛰어내리라고…. 거의 양 발을 바닥에 짚고 걷다시피 갔다. 그렇게 가기도 쉽지 않다. 지도상으로는 몇 십분 더 가야 하는데 나는 이미 몇십 분을 왔다. 중간쯤인 것 같다. 돌아가야 할까? 문제는 돌아가는 길도 너무 끔찍하다는 거. 아니나 다를까 나는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진다. 하지만 속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바퀴가 돈
것이라 다치진 않았다. 겨우겨우 저속으로 가는데 달려오던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를 지나쳐 바로 앞에서 고꾸라진다. 쌀포대 같은 걸 싣고 있었는데 아저씨도 도는 바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묘하게 위로가 된다. 넘어질 수 있음에…. 이 길로 가면 뭐든 나오긴 한가보다 싶은 생각에… 나는 후로도 한번 더 넘어졌고 어떤 구간은 내려서 끌고 가기도 하며 꾸역꾸역 전진했다. 근데… 정말이지 힘들고 두려워 눈물이 났다. 45세 여성이 산속에서 오토바이와 딸아이를 번갈아보며 울어버렸다. 와…. 딸아이는 내내 나를 위로하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자기는 안 다쳤다고 힘을 주었다. 천사 같은 아이…. 사진도 남아 있지 않은 그 길…. 구글이 나를 엿먹이나 했던 그 길…. 그 길 끝에 있긴 있더라. 레닌 호수! 나중에 딸아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엄마, 호찌민 아저씨가 여기 숨었으면 아무도 못 찾긴 했겠어. “ ㅋㅋ 인정!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느 길로 왔단 말인가… 주차장엔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로 북적인다. 우리도 오토바이를 대고 호수로 간다. 에메랄드 빛 물~ 사색이 절로 되었겠네~ 좀 더 올라가니 호찌민이 숨었던 동굴 속에 호찌민의 작은 침대와 소박한 주방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민족 지도자의 고뇌와 정갈한 인생이 느껴졌다. 내려오는 길에 이미 지친 우리는 돈을 내고 드롭 서비스(오토바이)를 받았다.
자, 진짜 큰 일은 그다음이다.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까오방 시내로 출발한다. 아스팔트 쌩유~~ 그런데 이미 멘털이 털린 후라 그랬는지 가는 도중에 그만 사고가 나버렸다. 길에 사람, 소, 개 별별 것들이 다니지만 대개는 알아서들 피하는데 어느 동네를 지날 때 한 할아버지가 아주
천천히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나는 클랙슨을 울렸는데 할아버지가 가만히 서서 날 본다. 나는 속도를 줄였지만 할아버지를 피해 핸들을 꺾으면서 미끄러졌다. 점퍼와 바지에 구멍이 나고 그 사이로 피가 흐른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세워준다. 하아… 이제 모든 것에 초연해지는 단계… 딸아이는 할아버지를 치지 않기 위한 내 선택을 칭찬했다. 눈물을 삼키고 조심조심 다시 까오방 시내로 향한다.
오토바이 렌털샵 아가씨가 구해준 숙소는 차로 10여분이 걸린다. 그 친구는 배낭을 묶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 했지만 나는 초보~ 가방 메고도 균형 잡기 어렵던 시절이다. 호텔 주소 받고 다음날 아침에 오토바이 찾으러 오기로 하고 바로 앞 스트릿 바비큐 뽀개기! 하아…. 힘든 하루네~ 먹고 그랩 타고 호텔로 갔는데~~ 하하하하하하!
3만 원짜리 호텔은 여인숙도 못 되는 철문에 자물쇠로 잠그는.. ㅋㅋㅋㅋ뜨거운 물 달라니 저걸 주네~ ㅋㅋㅋㅋ 신기한 경험이로구나~웃음이 난다~ 숙박비가 배로 뛰었다더니…. ㅋㅋㅋㅋ 그래도 다음날 아침 주인아저씨가 시내까지 태워주셔서 돈을 좀 드렸다. 두 번째 밤은 신라면과 맥주로 위로…
그래도 난 나 자신을 칭찬했다. 나는 겪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