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 일지

5. 도시탈출 2-2.

by 억만개의 치욕

2025.6.28.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호텔 테라스로 나갔다. 과연 장관이고 절경이고 신이 주신 선물이네. 이 호텔은 Sapa Relax Hotel & Spa ~ 여긴 나의 세 번째 사파 여행 때 숙소였다. 그땐 하노이 입성 동기와 그녀의 딸과 함께 왔었다. 이 호텔 루프탑 카페의 투명 방갈로와 뷰가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위치가 좋아 또 왔다.


이번 여행의 어마어마한 에피를 풀어보자면 나는 사파 버스를 예매하고 이번엔 타운이 아닌 타반이나 타핀 마을의 로컬 홈스테이를 해볼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친한 선배 부부와 맥주 한잔 하러 만났다가 나의 계획을 알리고 같이 가자고 꼬시기 시작한다. 선배는 사파에 한번 가봤는데 사모님은 한 번도 안 가보셨다 해서 작년에 선배 부부와 귀임한 후배와 함께 사파행을 계획했다 사정이 생겨 취소했던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하노이에서 친오빠 친언니처럼 믿고 지내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고 싶기도 했다. 두 분이 오케이 하자마자 같은 버스 예매하고 나의 숙소 계획도 변경했다.


첨에 나는 도착하자마자 오토바이를 빌려 홈스테이 숙소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선배 부부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으니 타운에서 1박, 그리고 다음날은 숙소를 같이 옮기기로 한다. 숙소 수준도 두 분 배려 차원에서 첫날은 괜찮은 가성비 호텔로 릴렉스 호텔을, 그리고 타반에 위치한, 유재석이 왔다 갔다는 The Mong Village Resort & Spa를 예약했다. 금요일에 가는 것을 월요일에 결정하고 수요일에 예약을 완료하는 상황이어서 변수가 없을 것 같아 호텔을 환불불가로 예약을 했다.


ㅋ 그런데 목요일에 선배 부부가 못 갈 상황이 생겼네. 즉시 호텔에 무료취소 요청 메일을 보냈다. 구구절절 보내면서 룸 하나의 취소를 요청했는데 둘 다 안된단다. ㅜㅜ


같이 갈만한 친구들에게 연락하니 다 일정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딸아이 둘이 가서 1인 1룸 할 판. 그렇게 일단 왔다. 체크인하면서 상황을 얘기하며 룸 업글이든 뭐든 다른 서비스를 달라고 졸라 본다. 근데 릴렉스 호텔 직원 착하게도 보스에게 연락해 조식 쿠폰(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조식포함을 안했었다)과 45분 마사지 쿠폰을 줬다. 대략 룸 하나 값 비슷하게 될 것 같다. 덕분에 조식 먹고 체크아웃 할 때 오후 2시에 가방 찾으러 와서 마사지 하겠다고 했다. 착한 직원~ 심지어 체크 아웃하는데 작은 가방을 선물로 주네. 신깜언~~


그렇게 체크아웃하고 오토바이 렌트하러 갔다. 호텔 가까운 데 가서 빌리려고 했는데 시운전해보니 브레이크가 잘 안 된다. 비 오고 안개도 짙고 오르막 내리막도 심한데 브레이크가 안 들으면 우째. ㅜㅜ 다른 가게로 갔다. 하루 15만동. 내일 오전 10시 반납에 18만동에 딜~


달려보자!! 이런 풍경들 보며 달리는데 갑자기 비가 오고 안개가 몰려왔다 몰려가기를 반복한다. 4방 때 영하 6도 날씨 뚫고 갔던 론리 트리에 가는 길이다.


타운에서 30분 오토바이로 달려왔는데 비바람이 쳐서 너무 추웠다. 나시 차림이라 바람이 옷 속으로 바로 들어온다. 아… 겨울 사파 여름 사파 다 춥네 ㅜㅜ 론리 트리 도착하니 앞이 안 보인다. ㅋㅋㅋ 곰탕이라고 한다지.

저 외로운 나무 뒤로 절경이 숨어있는데. …


사진 몇 장 찍고 타운으로 가 점심 먹고 가방 찾아 몽 빌리지 체크인 하러 가기로 한다. 문제는 빗물 콧물을 좀 닦으려는데 휴지가 없다. 가방을 뒤지니 휴지 조각이 하나 보이네. 집어 들어 꺼내는데 작은 무언가가 툭 떨어진다. 맙소사!!! 어제 떨어진 내 금니~~ 고이 싸 뒀으면서 그걸 까먹나. ㅜㅜ 근데 보이질 않는다. 비도 오는데 바닥에도 안 보이고 가방 안에도 없고 오토바이 사이로 떨어진 것 같은데 ㅜㅜ 한참을 찾다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붙이기만 하면 될 걸 또 얼마나 돈과 시간이 들지 ㅜㅜ

앞이 안 보이네. 정말 앞이 안 보이는 인생이다. ㅜㅜ


오는 길에 우비를 샀어야 했음을 또 후회하며 타운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 같은 작은 시장에 들렀다.

맞은편에 폭포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꽤 들른다. 차 옆에 오토바이 세우고 앉았다. 너무 추웠는데 저 주전자 안에 든 핫티 한잔에 좀 살 것 같다. 계란, 옥수수, 찰밥, 그리고 딸아이는 꼬치구이 2개까지 먹겠단다. 점심 먹으러 바로 갈거라 해도 먹겠다니 사줬다. 맛도 있고 저 언니가 깔끔하게 운영해서 나쁘지 않았다. 어제저녁에 꼬치구이 많이 먹었는데 또 맛있다. ㅋㅋ사파나 까오방, 땀따오 등에 가면 우린 꼭 스트릿 바베큐를 먹는다. 딸아이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너무 다행이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다행히 언니 가게에 비닐 우비가 있다. 2개 사서 입고 출발. 우비 입으니 안 춥다.


나는 얼마나 더 에피 부자가 되려나. ㅋㅋㅋ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가 이상하다. 시동이 한번 꺼져 다시 걸었고 달리는데 영 힘이 없다. 그러다 서버린다. 엥? 기름 계기판에 기름은 있는데 주유구를 여니 기름이 없다. ㅋㅋ 고장 난 거였네~ 좀 끌고 가니 가정집이 보인다. 청소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불렀다. 번역기 돌려 주유소를 물으니 1킬로 가야 된다고. 나는 못 간다고 오토바이 좀 빌려주면 내가 사 오겠다고 했다. 번역기를 몇 번을 돌려도 뭔 말인지 모르겠더니 결국 기름이 있으니 주겠다고 해서 1리터 아주머니한테 사기로~ ㅋㅋㅋ 4만 5천동 달라길래 5만동 줬다. 가방에 있던 떡을 아이들에게 주고 인사하고 돌아왔다. 역시 기름 넣으니 잘 가네~ 이쯤 되면 뭐가 불행이고 다행인지 헷갈리는 상태가 되지.


달려서 시카고 피자에 가서 점심 먹고 2시에 마사지받으러 가기로 했다. 역시 오는 길에 꼬치구이 드신 따님은 조금만 먹네. 나는 맛있게 잘 먹었다.

먹고 릴렉스 호텔에서 예약해 준 45분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그냥 갈까 하다 비도 오고 하니 마사지 샵 갔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 프리 쿠폰 고객에게도 정성을 다해주네.


마사지받고 노곤해진 상태로 몽빌리지로 갔다. 각자 백팩 하나씩 맨 상태에서 이제 딸아이 몸무게가 나보다 많이 나가다 보니 내리막길에서 부담이 생겼다. 길이 미끄러워 양팔에 힘이 들어간다. 10분 정도 달려 도착하니 방에서 보이는 뷰도 좋고 수영장도 예쁘다. 아메리카노 수혈이 필요해 호텔 레스토랑에 갔다. 뷰를 보며 좀 쉬자.


커피 마시고 온수풀인 수영장에 잠시 사진 찍을 겸 가보기로 한다. 사우나 같구먼. 사진도 별로네. ㅡㅡ 잠시 머물다 방으로 가 뜨샤하고 휴식~~


저녁을 먹자! 타운으로 나가려니 비도 올 것 같고 밤에 어두운데 안개 짙어지고 길 안 보이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랩을 불렀다. 근데 안 잡힌다. ㅜㅜ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로 갔다. 메뉴는 연어 샤브~ 작년 겨울 목쩌우 여행에서 첨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딸아이에게 태국의 찜쭘 같은 거라고 하니 좋단다. gogogo~~ 맛있다. 양도 많다.

마지막에 넣은 저 라면이 너무 맛나서 하노이 가서 사려고 사진 찍었다. ㅋㅋ


이렇게 먹고 8시 넘어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딸아이가 기름을 넣으란다. 부족하면 어쩌냐고… 내일 아침에도 탈 거니까 넣고 가지 뭐~ 주유소 찍고 달려본다. 때마침 비도 그치고 바람도 적당하다. 기름 3만동치만 넣었다. 기왕 내려온 거 드라이브나 하자고 사파 호수 한 바퀴 돌았다. 사오비엣 오피스 앞에 야시장이 있네. 한번 가보기로~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웠다. 각종 먹거리와 오락 거리들, 사람도 많다. 육포와 고구마 빵, 곶감을 맛봤다. 사고 싶었지만 짐 되니까 포기~


호텔로 돌아와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 아침 일찍 동네 한 바퀴 해야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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