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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규 Oct 15. 2024

맞춤법 검사기를 해독하다

금성은 크기, 중력, 표면 구성물질(구성∨물질) 등의 유사성 때문에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경은 전혀 딴판이다. 표면 온도는 약 470℃에 이르러 납을 녹일 만큼 뜨거우며, 기압은 지구의 92배에 이를 만큼 높다. 또한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으며, 구름층의 주성분은 사람의 살을 녹여버릴 수 있는 황산이다.


그야말로 불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그런데도) 금성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줄곧 거론되어 왔다. 고도 40~60㎞ 사이의 금성 대기층은 온도가 30~60℃이며, 기압도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성의 구름 속에는 마치 박테리아 무리로 이루어진 것 같은 검은 줄무늬가 있다. 약 1세기 전부터 망원경으로 관측된 이 검은 줄무늬를 두고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상의(지구상의) 박테리아와 흡사한 생명체일 것으로 추정한다.


2020년 9월에는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체가 내뿜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이 발견되기도 했다. 포스핀이라고도 불리는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에서는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사는 혐기성 미생물이 만든다. 당시 연구진은 금성에서 발견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금성의 구름 속에서 생명체의 존재 증거를 밝힌 또 하나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생명체가 금성 대기의 산성 환경을 중화시켜 구름 속에 자급자족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방울 주머니의 생성에 대한 화학적 과정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바로 작년에 금성 대기에서 발견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의 존재 증거라는 연구결과를(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영국 카디프대학,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진이다.


금성의 대기에서는 오래전부터 화학적으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관찰돼 왔다. 저농도의 산소와 공같이 둥근 형태가 아닌 비구형 입자 등이 발견되었던 것.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했던 것은 1970년대 금성 탐사선들에 의해 구름층에서 감지된 암모니아의 존재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데 주변에는 수소가 거의 없다. 즉, 암모니아는 금성에서 알려진 어떤 화학적 공정을 통해서도 생성되어서는 안 되는 물질인 셈이다. 연구진은 암모니아의 기원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번개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생물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금성 탐사 임무와 관련한 과거의 데이터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구름층에서 수십 년 동안 설명되지 않은 화학적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 산소 및 비구형 입자의 존재 외에도 예상치 못한 수준의 수증기와 이산화황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진은 그 같은 이상 징후들이 암모니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즉, 생명체가 암모니아의 근원이라고 가정할 때 금성 구름층의 이상 징후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일련의 화학 과정을 모델링한(모형화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생명체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와 연관된 화학 반응이 자연적으로 산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암모니아는 구름층의 황산에 용해되어 산성을 효과적으로 중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중화된 황산 방울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둥지 주머니가 될 수 있다.


그 방울에 암모니아를 주입하면 둥근 액체 형태가 더 많은 수의 비구형 입자로 변형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산화황에 대한 의문 역시 벗겨졌다. 암모니아가 황산에 용해되면 그 반응으로 이산화황도 용해된다.

즉, 암모니아의 존재는 금성 구름층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주요 이상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공동∨저자) 중 한 명인 사라 시거(Sara Seager)(시가 Sager)  MIT 교수는 “금성의 구름층인 황산 방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요점은 아마도 어떤 생명체가 곳곳에 있고, 그곳의 환경을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구 상에도(지구상에도) 사람의 위장에서 암모니아를 생성해 산성 환경을 중화함으로써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성 대기 속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키기(종식하기) 위해선 직접적인 금성 탐사밖에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32년 만에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며, 유럽우주국(ESA)은 금성 탐사선 ‘인비전(인비던)’을 2031년경에 발사할 계획이다.     


띄어쓰기와 붙여쓰기에 대한 수정은 맞춤법 검사기대로 적용한다. ‘그럼에도’를 ‘그런데도’로 수정하라는 것은 권고 사항이라 그대로 두고, ‘모델링한’을 ‘모형화한’으로의 수정도 의미상 약간 차이가 있다는 생각에 역시 그대로 넘어간다.


‘시거(Seager)’를 ‘시가(Sager)’로 수정하는 것은 고유명사에 대한 문제이므로 역시 그냥 두고, ‘인비전’을 ‘인비던’으로의 바꾸라는 잘못된 지적은 영문명을 넣어 ‘인비전(EnVision)’으로 수정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종식시키기’를 ‘종식하기’로 수정하라는 항목의 경우 그 이유를 읽어 보니 자신이 하는 행동을 ‘시킨다’고 하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고 되어 있다. 이 문장의 경우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그간의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선’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간의 논란이 종식되기 위해선’으로 바꾼다.


나는 수정한 문장을 복사한 다음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더 맞춤법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금성은(금요일) 크기, 중력, 표면 구성 물질 등의 유사성 때문에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경은 전혀 딴판이다. 표면 온도는 약 470℃에 이르러 납을 녹일 만큼 뜨거우며, 기압은 지구의 92배에 이를 만큼 높다. 또한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으며, 구름층의 주성분은 사람의 살을 녹여버릴 수 있는 황산이다.


그야말로 불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금성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줄곧 거론되어 왔다. 고도 40~60㎞ 사이의 금성 대기층은 온도가 30~60℃이며, 기압도 지구와(지하철 타고)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성의 구름 속에는 마치 박테리아 무리로 이루어진 것 같은 검은 줄무늬가 있다. 약 1세기 전부터 망원경으로 관측된 이 검은 줄무늬를 두고 일부(오후)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박테리아와 흡사한 생명체일 것으로 추정한다.


2020년 9월에는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체가 내뿜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이 발견되기도 했다. 포스핀이라고도 불리는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3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에서는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사는 혐기성 미생물이 만든다. 당시 연구진은 금성에서 발견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금성의 구름 속에서 생명체의 존재 증거를 밝힌 또 하나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생명체가 금성 대기의 산성 환경을 중화시켜 구름 속에 자급자족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방울 주머니의 생성에 대한 화학적 과정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바로 작년에 금성 대기에서 발견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의 존재 증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영국 카디프대학, 케임(K)브리지대학의 연구진이다.


금성의 대기에서는 오래전부터 화학적으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관찰돼 왔다. 저농도의 산소와 공같이 둥근 형태가 아닌 비구형 입자 등이 발견되었던 것.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했던 것은 1970년대 금성 탐사선들에 의해 구름층에서 감지된 암모니아의 존재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데 주변에는 수소가 거의 없다. 즉, 암모니아는 금성에서 알려진 어떤 화학적 공정을 통해서도 생성되어서는 안 되는 물질인 셈이다. 연구진은 암모니아의 기원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번개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생물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금성 탐사 임무와 관련한 과거의 데이터를 샅샅이(사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구름층에서 수십 년 동안 설명되지 않은 화학적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 산소 및 비구형 입자의 존재 외에도 예상치 못한 수준의 수증기와 이산화황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진은 그 같은 이상 징후들이 암모니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즉, 생명체가 암모니아의 근원이라고 가정할 때 금성 구름층의 이상 징후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일련의 화학 과정을 모델링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생명체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와 연관된 화학 반응이 자연적으로 산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암모니아는 구름층의 황산에 용해되어 산성을 효과적으로 중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중화된 황산 방울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둥지 주머니가 될 수 있다.


그 방울에 암모니아를 주입하면 둥근 액체 형태가 더 많은 수의 비구형 입자로 변형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산화황에 대한 의문 역시 벗겨졌다. 암모니아가 황산에 용해되면 그 반응으로 이산화황도 용해된다.

즉, 암모니아의 존재는 금성 구름층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주요 이상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사라 시거(Sara Seager) MIT 교수는 “금성의 구름층인 황산 방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요점은 아마도 어떤 생명체가 곳곳에 있고, 그곳의 환경을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구(지니)상에도 사람의 위장에서 암모니아를 생성해 산성 환경을 중화함으로써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성 대기 속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그간의 논란이 종식되기 위해선 직접적인 금성 탐사밖에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32년 만에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리누스 토르발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며, 유럽우주국(ESA)은 금성 탐사선 ‘인비전(EnVision)’을 2031년경에 발사할 계획이다.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제시된 대치어들을 살펴보니 맞춤법은 물론 본문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다. 이제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의 일시적인 오류인가 싶어 나는 ‘다시쓰기’를 클릭해 기존의 수정 내용을 지운 다음 원고를 다시 복사해서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금성은’을 ‘금요일’, ‘일부’를 ‘오후’, ‘3개’를 ‘3시’로 수정하라는 내용까지 확인한 나는 아예 웹브라우저를 종료한 다음 맞춤법 검사를 다시 실행시킨다. 그런데 이번에도 잘못된 수정 사항이 똑같이 표시된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갑자기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든가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예전에는 어떻게 컴퓨터 없이도 자료를 찾고 실험하고 논문 쓰는 일들을 척척 해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나는 잠시 갈등에 빠진다. 컴퓨터를 재부팅해서 맞춤법 검사기를 다시 실행시킬까 하다가 한 번 수정한 원고이니 그대로 뉴스관리시스템에 업로드 시켜도 무방하겠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 뭔가 갈라지듯이 ‘쩍쩍’ 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크게 울린다. 책꽂이에서 나는 소리다.

 

동네 목재소에서 원목을 길게 잘라다 플라스틱 벽돌을 받쳐서 내가 직접 만든 이 책꽂이는 10년이 되었는데도 가끔 그런 소리를 낸다. 나무가 건조되면서 나는 소리인데, 습기가 많을 땐 흡수했다가 방 안이 다시 건조해지면 지금처럼 쩍쩍 하는 소리를 내곤 한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친다. 이 소리는 나무의 영혼이 내는 소리가 아닐까. 울창한 숲속에서 함께 지내던 햇볕과 바람과 흙이 그리워서 우는 소리가 아닐까.


나는 맞춤법 검사기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수정 대치어들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맨 마지막의 ‘리누스 토르발스’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아까 맞춤법 검사기에서 내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그럼에도’ ‘모델링한’ ‘시거(Seager)’의 경우 ‘그런데도’ ‘모형화한’ ‘시가(Sager)’로 수정하라고 표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지적이 전혀 없다. 이 수정 내용은 맞춤법 검사기의 기계적인 적용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나는 화면에 나타난 수정 대치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아 본다.

 

‘금요일’ ‘지하철 타고’ ‘오후’ ‘3시’ ‘K’ ‘사이’ ‘지니’ ‘리누스 토르발스’.


K 사이 지니는 지난번 해킹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 삼성역 부근의 대형 광고 전광판 ‘케이사이지니’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면 대치어들은 이런 뜻이 된다.


‘금요일 지하철 타고 오후 3시에 케이사이지니에서 만나요 소울이(리누스 토르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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