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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큰 숨
Dec 13. 2024
커플머리 데이트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 엄마 저 머리 숏컷 하고 싶어요”
“ 하면 되지”
“ 이상하면 어떻게 해요?”
“ 기르면 되지”
“ 아... ”
.
.
.
고1이 되어 잘 적응하는 듯 보이다가 힘들어 보이다가를 반복하더니
어느 날부터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힘들어하는 너.
너 대신 공부할 수도, 학교생활을 할 수도, 친구관계를 해줄 수도 없는데...
힘듦을 잘 이겨내서 지금보다 넓은 세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길.
그저 너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 밖에 할 수 없구나.
고등학생이 된 후
중 단발에서 긴 단발로 넘어가는 머리카락조차 너에겐 버거워 보였다.
긴 생머리가 잘 어울려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던 너.
긴 목과 예쁜 피부색, 달걀형 얼굴에 지금의 머리카락도 잘 어울리는데 그 예쁜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다
쥐어뜯으면서도 망설이구나.
인터넷으로 10대 청소년의 예쁜 숏컷 스타일을 찾아본다.
숏컷 느낌이지만 단발로 기를 때 조금이라도 수월하고 너에게 잘 어울릴 스타일을
찾는다.
서치의 똥손이지만 봤던 것도 보고 또 보고 다시 찾고를 반복한다.
괜찮은가 싶은 사진은 캡처 후 나중에 사진첩에서 보면 왠지 이상해 보인다.
‘ 하..... 뭐가 이리 어려워? ’
그렇게 며칠을 찾아보고 캡처하고 보고 지우고 또 찾고를 반복했다.
드디어
“
찾았다!!!”
너에게 카톡에 링크를 보내며
“ 이 스타일로 엄마랑 커플 머리 할까? ”
몇 분 뒤 이모티콘 하트를 날리며
“ 네!! 좋아요!! ”
너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좋아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일요일 오전 집 앞 미용실로 딸래미 손잡고 고고
“어떤 머리 하실 건가요?”
사진을 보여주며
“ 이렇게 해주세요”
“ 이건 드라이를 한 거예요”
“ 볼륨매직 했다고 적혀있어요, 볼륨매직도 같이 해주세요 ”
“ 아.. 네.. 어느 분이 하시나요? ”
“ 저희 둘이요 ”
“ 네? 두 분이 같이 이 머리를 한다고요?”
깜짝 놀란 미용실 언니는 재차 묻는다
“ 두 분이 이렇게 같이요?”
“ 네... 딸이랑 커플로 하려고요 ”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커트 전 사진을 같이 찍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우리의 차례를 기다렸다.
난.. 2년 전까지 귀밑 단발을 유지했었다.
앞머리가 더 긴 보브컷으로...
그러다가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이 있어서
2년전부터
현
재까지도 기르는 중이었다.
머리카락을 기르는데 잦은 새치염색과 상한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길러서 더디게 자랐고, 중간에 자르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참았었
는데 이렇게 자르게 되는구나.
‘ 뭐... 이렇게 해서 너의 힘듦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면야......
다시 기르면 되는 머리카락쯤은 잘라도 괜찮아 ’
< 커트 시작 >
" 싹둑싹둑싹둑.... "
‘ 군대 갈 때 남자들이 머리카락 자르면 이런 느낌일까?
짧은 머리를 많이 했는데도 적응이 안 되네.
어!? 너무 막 자르는 거 아냐?
생각보다 너무 짧은데... 큰일 났다. ’
딸래미를 바라본다.
담담히 커트를 하고 있다.
안경을 벗으면 20cm 정도의 거리의 물체가 보일 만큼 시력이 나쁜 넌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
중간중간 딸래미의 커트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숏단발과 커트머리의 중간정도인가...?
사진과 다른 머리카락 모습에 심란해하는 걸 눈치라도 챈 듯
“ 지금은 80% 정도 커트라고 보시면 돼요, 긴 머리에서 자르는 거라 한 번에 자를 수가 없어요”
“ 네 ”
쿨한 척 대답했다.
‘ 지금도 짧은데 이게 80% 완성이면 더 짧아지겠네....
와.... 미쳤다. ’
< 볼륨매직 시작 >
매직기계로 머리카락을 펴고 끝부분은 동글게 말아준다.
그리고 롤로 다시 한번 말아준다.
롤을 말고 있는 딸래미의 모습이 새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지금까지 남동생들은 파마를 여러 번 했었는데
머리카락 기부한다며 염색과 파마를 하지 않았던
아이라 이번에 처음으로 숏 커트에 파마까지 경험
하는 것이다.
내 눈에는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친구들 눈에는 다르겠지? 뭐가 다른걸까...?
‘ 네가 힘을 냈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너도
알았으면 좋겠다.’
중화제
하고 마무리 커트까지 끝났다.
거울을 보는 순간!!
' 진짜 짧구나.. 그러고 역시 인터넷 사진들은 드라이빨이였어...^^;;;;;
이제
무얼 해야 하나? ’
오롯이 너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 일단... 저번에 가고 싶어 했던
ㅅㅈㄷ베이커리
에 가고,
네 컷 사진
찍고, 또... 뭐 하지????
아!
ㅇㄹㅂ영
도 가야겠다. ’
“ 사진 찍으실 거예요? ”
“ 네! ”
“ 그럼 드라이로 예쁘게 해 드릴게요. ”
“ 감사합니다. ”
‘ 이럴 줄 알았으면 옷도 예쁘게 입고 화장을 좀 할 걸 ’
평소 화장을 귀찮아하는 나는 운동복에 슬리퍼,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은 생얼로 미용실에 갔다.
눈썹도 반토막인데...
이 얼굴에.. 이 차림에.. 드라이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그래도 머리라도 멀쩡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 와~~ 너무 잘 어울린다.. 얼굴도 주먹만 해.! ”
내 걱정과 달리 딸래미는 너무 잘 어울렸다.
‘ 다행이다. ’
근데 나는 어쩔.? ㅠ.ㅠ
176cm의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 덕분에 누가 봐도 난 남자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하지?
호기롭게 잘랐는데, 당장 신랑의 첫마디가 벌써 귓가에 맴돈다.
‘ 누구세요? ’
“ 수빈아 우리 기념으로
네 컷 사진
찍고, 저번에 가고 싶어 했던
ㅅㅈㄷ베이커리
갔다가
ㅇㄹㅂ영
가자”
“ 와~~~ 정말요? 좋아요!! ”
너의 목소리가 오랜만에 활기차다.
한껏 밝아진 목소리에 내 외모의 걱정은 잠시 미뤄둔다.
“ 수빈아! 머리카락을 혼자 잘랐으면 어땠을 것 같아?”
“ 그냥... 가볍다 정도? ”
“ 그럼 지금은? ”
“ 뭔가... 너무 좋아요. 엄마랑 같이 커플머리하고...
엄마 네 컷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하는데 먼저 찍자고 해주고,
내가 가고 싶다던 카페도 기억해서 같이 데이트하고, ㅇㄹㅂ영까지... 감사합니다. ”
“ 그래. 네가 좋으면 엄마도 좋아! ^^
음....머리카락은 개인의 스타일이라 생명과 같거든.
엄마의 생명을 너에게 기꺼이 준 거니까
항상 엄마가 같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힘내자
! ”
아이에게 힘을 주고자 헤어스타일에 생명까지 불어넣었다.
이렇게 우리의 커플머리는 탄생했다.!
출근준비를 하면서
....
‘ 렌즈 끼고, 화장해야겠다. 귀걸이는 어디에
있더라......???
내가 며칠이나 꾸미고 다닐 수 있으려나...
그래도 뭐... 딸내미씨가 좋다면 그걸로 된 거지... 된 거다. 된걸 거야. ’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커플머리를 해서 좋은 것보다
오롯이 엄마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내어주고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이 행복했으리라.
매일 바쁘다 핑계로, 힘들단 이유로
삼 남매이기에 챙겨야 하는 게 많다는 이유로
그 외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너와 함께 하지 않는 엄마가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시간 내는 게 어려운 걸까...
지금도 내가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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