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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숨 Dec 06. 2024

용기... 그리고 사과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초등학교시절을 암흑 속에서 지냈던 딸이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 첫 학교와 두 번째 학교에서 수빈이에게 상처를 준 그 가해 학생들이 같은 중학교에 입학원서를 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분명 다른 중학교를 간다고 이야기 들었었는데 원서 쓸 때 마음이 바뀐 모양이다.     


“ 수빈아! 중학교 원서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마음 확실히 정했니? ”

“ 응! 1순위 M 중학교, 2순위 A 중학교, 3순위 B 중학교 쓰려고. ”

“ 그런데 A 초등학교의 B랑, B초등학교의 빌런이 M중학교를 1순위로 입학 배정서 낸다고 이야기 들어서... 괜찮겠어? ”     

중학교 생활은 어둠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이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내가 왜 걔네를 때문에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못 가야 해요? 난 잘못한 게 없는데

“ 아니.. 엄마는 친한 친구가 가는 학교로 가는 게 적응하는데 더 좋을 것 같아서. 너도 고민했잖아. ”

“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보단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갈래요     


나보다 더 강한 아이...

그런 너를 위해 이제라도 용기를 내야겠다.     




친한 직장동료에게 이런 상황들을 이야기했더니 친구 중에 중등교사가 있다며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친구에게 물어봐 준다고 했다.   


< 며칠 뒤 >

“ 선생님 저 쎄미인데요.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중학교는 워낙 반배정으로 전화가 자주 온데요.

그래서 학교에서 들어줄지 말지는 협의를 거쳐서 정하는데, 학폭관련이니까  무조건 전화해서 이야기하래요.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다른 반으로 배정되면 좋은 거고, 같은 반이 되어도 문제를 학교에서 인지하게 되는 거니까 이야기하는 게 더 좋데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를 안 한 것과 한 것은 다르니까요. "

" 아... "

"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시마다 계속 반배정 다르게 해달라고 이야기하래요.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워낙 업무가 많다 보니 놓칠 수도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라고요.

근데 반 배정이 끝나면 조정되기 어렵다고 꼭 반배정되기 전에 전화하래요. ”

" 대체적으로 반배정을 언제 한데요? "

" 학교마다 약간씩 다른데 종업식 지나서 1월 초~중에 전화하면 될 거라고 했어요 "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원하던 중학교에 배정되고 1월 초에 M 중학교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M 중학교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생 김수빈 엄마인데요. 상담하고 싶어서요.”

“ 네 말씀하세요  ”

“ 저희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괴롭힌 친구랑 같은 학교를 배정받아서요. 다른 반으로 배정될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어요. ”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한 후 아이가 이 학교를 원한다고. 왜 그 아이들 때문에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못 가야 하냐는 말에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 그런 일들을 증명해 주실 분이 계신 가요? 어머님 말씀만 듣고 해 드릴 수는 없어서요. ”

“ 네.  6학년 담임선생님과 학교 연락처 알려드리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저희도 확인해 보고 협의를 거쳐서 하겠습니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난...

아이가 스스로 극복해 주길 바랐다. 친구문제는 친구들끼리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성장기에 경험 한 친구들의 관계를 일반화해서 수빈이에게 너의 힘을 키우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왜 친구 관계로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전교생 중 키가 가장 컸던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이 없었고 내가 육상선수였기에 훈련장에서의 시간이 더 많았기에 학교에서, 교실에서의 생활을 몰랐다.

육상선수로 성적이 우수했기에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없었으며, 내가 가만히 있어도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했던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정말 수빈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해하려 안했는지도 모르겠다




수빈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상황 설명을 한 후 확인 전화 오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수빈이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수빈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네가 그냥 잘 극복해 주길 바랐어. 언제까지 엄마가 도와줄 순 없으니,

네가 이겨낼 거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넌 충고와 조언이 아닌 너의 편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엄마를 원했을 텐데...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이런 상황을 겪는 딸의 엄마가 처음이라서 몰랐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     


아이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내 품에서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 아이들이 나빴다고, 나 너무 힘들었다고, 외로웠다고 꺼이꺼이 울고 또 울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내 심장이 아려왔다.


얼마나 울었을까...

이 눈물이 너의 마음속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녹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듬으며 오늘 일을 전했다.     


“ 수빈아! 엄마가 오늘 M 중학교에 전화해서 그 아이들과 반 배정 다르게 해 달라고 말했어.

그리고 B 초등학교에 전화해서 M 중학교에서 전화 오면 있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말해달라고 했어.

" 정말요? " 

" 응. 그런데 A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선생님들이 지금 그 학교에 안 계셔서 증언해 줄 분이 안 계셔.

 그래서 B랑 반분리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수빈아 엄마가 많이 미안해.

엄마가 바로바로 대처를 안 해서 수빈이가 더 힘든 시간들을 보냈어.  엄마가 수빈이 힘든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정말 미안해. "


" 응........................ " (계속 울기만 하는 수빈이.)

" 엄마가 다른 건 몰라도 그 빌런과는 3년 동안 다른 반 되도록 상담마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할게. "

“ 엄마................. 나 빌런이랑 같은 반 되면 내가 무시하면 돼. 날 위해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 엄마 ”     

나의 품에 폭 안긴다.




누구보다 잘 지내고 싶어서였을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초등학교의 시간 속 늪에 빠져 버렸다.

시간의 늪에 빠졌다가 또 벗어나기를 반복했지만

그 시간을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는지

수빈이는 스스로 늪에 조금씩 덜 빠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 몇 주간에 걸쳐 그 일들을 다 토해내고, 다시 늪에 빠지면 또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방법들로 자신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되면서 조금씩 편안함과 안정을 찾아갔다.


 그 아이들과 마주치기도 했고, 새로 사귄 친구의 친구로 만날 때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사소한 문제들에서도 순간순간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도 생겼지만,

그 아이들과 3년 내내 다른 반이 되어서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생활보다 웃으며 생활하는 날들이 훨씬 많았고 중학교 생활은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여전히 불안정할 때도 있으며,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늪에 빠져있는 시간이 줄고 늪의 깊이가 얕아지고 있다.

이렇게 수빈이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수빈아...

그동안 얼마나 아팠고 힘들었니? 얼마나 외로웠니?

나와 다른 너를....

나처럼 자라길 바랐던 미련한 엄마를 용서해 주겠니?

힘든 시간을 스스로 견디라며 쉴 수 있는 그늘조차 내어주지 못했던 엄마가.. 미안해...

너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서툴러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너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단다.  


한없이 여러 보이지만 한없이 강한 너의 단단함에 감사해.

앞으로 살면서 또 어떤 시련이 생길지 모르지만

이제는 너의 그늘이 되어줄게. 엄마에게 기대 쉬렴.

아직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많이 서툴지만 노력할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

아주 많이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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