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좌충우돌 삼남매 이야기 1
12화
실행
신고
라이킷
1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큰 숨
6시간전
청소년 여드름과 자존감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난 여드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청소년기에 여드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어서 인 듯하다.
대신, 얼굴 모공이 크고
늘어져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이들도 모공 넓어지는 것만 보였다.
첫째가 중 2 즈음부터 좁쌀 여드름이 시작되었는데
이마 부분에 집중되었고, 다른 곳은 모공도 작고 피부도 좋았다.
" 수빈아, 세수 잘하고, 손 잘 씻고, 머리만 매일 감아도 여드름은 없어질 거야! "
" 수빈아! 폼클렌징하면 물로 충분히 헹궈야 해 "
" 수빈아! 머리를 감으면 빨리 말려 "
" 수빈아! 샴푸를 잘 헹궈야지 "
" 수빈아! 불라불라불라 "
" 수빈아! 불라불라불라 "
아이를 볼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 엄마 여드름에 좋은 화장품 친구들이 쓰는 거 있는데 그거 사주심 안 돼요? ”
“ 엄마가 사준 화장품은 다 썼어? "
" 거의 다 써가는데 애들이 효과 좋다고 해서 써보려고요 "
" 알았어.
. 미니카드에 돈 넣어 줄 테니 사고, 약국에 가서 여드름에 바르는 연고도 사. ”
'
언제 저렇게 여드름이 심해졌지? 이마 말고는 괜찮으니 저러다 말겠지!? ’
그동안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아이 얼굴을 자세히 안 봤는데 좁쌀여드름이 화농성으로 제법 많이 바뀌어 있었다.
‘ 내가 무관심한 걸까??? ’
아이의 얼굴에 관해 신랑한테 지나가듯 이야기했다.
“ 그러지 말고 피부과를 데려가. 내가 어릴 적에 여드름이 심했었는데 안 없어져. ”
“ 엥? 여드름은 그냥 저러다 마는 거 아냐? 난 그랬는데??? ”
“ 내 얼굴에 여드름 자국 안 보여? ”
“ 모공이 넓은 거 아냐? ”
“ 여자애라 나보다 스트레서 더 받을걸? 병원 데려가서 치료받게 해. ”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피부과를 검색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오픈 한 시간 전인데도 10명 남짓 줄 서서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로비에서 눈에 띄는 포스터들!
레이저 시술에 관한 포스터, 피부관리 프로그램 홍보 글, 피부관리 비용 등이 적혀있었다.
‘ 와... 엄청 비싸네.. 일단 약을 먹여보고 안되면 다음 단계로 가야겠다.
약 먹음 괜찮아지겠지? 피부과 약 독 한데... ’
그때도 여드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병원 진료가 시작되고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병원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진료실>
" 우선 레이저 치료를 할지 약물치료를 할지 결정하세요.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집니다. "
"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
" 레이저의 장점은 피부 깊숙이 침투해서 염증을 잡아주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죠.
단점은
비용이 비싼 거죠. 약물치료는 오랜 시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약을 끊으면 재발확률이 높죠. 장점은 비용이 저렴하죠 "
포스터에 적힌 말을 외워 말하기라도 한 듯 이야기한다.
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비용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고민스러웠다.
" 일단 심하지 않으니까 약 먼저 먹을게요 "
" 네. 그럼 진료실 밖에서 설명 들으시고, 일주일 후에 오세요 "
' 레이저를 한다고 해야 했나..? '
고민스러웠지만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먹었나....?
약을 먹을 때는 그나마 가라앉는데 문제는 약을 끊으면 다시 심해졌다.
" 엄마! 속이 쓰리고 아파서 더 이상 약을 못 먹겠어요 "
" 위 보호제 들어있는 걸로 봤는데.. 같이 먹어도 아파? "
" 네 "
피부과약은 장복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6개월 만에
끊었고,
시중에서 효과 좋다고 광고하는 화장품과 약국에서 판매하는 연고로 여드름이 나아지길 바랐다
.
나도 참 무심하지..
막내 축구장 따라다니고 일하고 집안일한다는 핑계로 아이의 얼굴은 본체만체하여 점점 울퉁불퉁해지고 염증이 심해지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고등학교 입학 후 눈에 띄게 어둡고, 어깨가 축 처지는 걸 보면서 ' 고등학교 적응하느라 그러겠지...'라고 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숏 커트를 하고 싶다고 하는 딸.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리프레쉬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커플머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약발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 하... 대체 왜 그럴까? 다 겪는 고등학교 생활을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내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
수빈이 세수를 좀 잘해야겠다. 이마 여드름이 아주 심해요. ”
수빈이 할아버지가 수빈이를 보고 이야기하셨다.
수빈이는 짜증을 확 내며
“ 알아요!!!! 세수 잘해도 난다고요.!!!!! ”
라고 말하곤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며칠뒤
“
너무 짜증 나!! 그냥 모른 척하면 되는데 이마 왜 그러냐고 자꾸 물어봐 ”
“ 무슨 말이야? ”
“
학교 선생님도 학원선생님도 친구들도 자꾸 힐끗힐끗 쳐다보고, 이마가 왜 그러냐고 하잖아!
모두 수군 거리는 거 같아! ”
이마는 여드름이 정말 심했지만 여전히 다른 곳은 양호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써도 볼은 깨끗했고,
코는 이따금씩 나는 정도..
“ 그러니까 병원 계속 다니지 왜 안 다녀? ”
“ 말했잖아 속 아프다고. ”
“ 안 먹으면 심해지는데 어떻게 하라고? ”
“ 몰라!!! 병원에서는 맨날 해주는 것도 없고 똑같은 약만 주잖아!!! ”
' 그건.. 엄마가 약물치료를 한다고 해서 그렇지..... '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수록 모자를 꾸욱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얼굴을 꽁꽁 감추고 다녔다.
밝게 웃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어둠을 풍기며 수다쟁이 딸은 사라지고 묵언수행하는 딸만 있었다
.
“ 수빈아 너네 학교 1학년 학생 중에 여드름이 너처럼 심한 아이가 몇 명이나 돼? ”
“ 한 두 명?? ”
“ 150명 중에 1-2명??? ”
“ 애들 다 관리해. 나처럼 심한 애도 한 명 있었는데 피부과 다닌 뒤로 좋아져서 요새는 괜찮아졌어. ”
“ 아... ”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제야 내 눈에 들어오는 아이의 피부상태.
이마는 깨끗한 피부를 찾기 힘들었고, 염증이 심한 곳은 머리카락도 빠져있었다.
그리
고 언제 번졌는지 이마 외의 피부에도 여드름이 올라와 있었다.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가렸는지..
왜 그렇게 말이 없었는지 이제야 보였다.
“ 여보 수빈이 아무래도 피부과 가야겠어. 상담을 해봐야 알겠지만 먹는 약 말고 레이저치료 해야 할 것 같아. 오늘 보니까 여드름 심한 부위에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어. 내가 너무 무심했나 봐. ”
“ 얼른 데리고 가
. ”
< 피부과 상담 >
“ 여드름은 월 4회 관리로 돌아가고요. 월 관리비용은 54만 원이고, 레이저 시술 1회 10만 원 정도 합니다.”
“ ....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
“ 지금 화농성이 너무 심해서 더디게 좋아질 것 같아요. 좀 일찍 오시지 그랬어요.
학생 같은 경우는 지금 여드름 흉터도 많이 생겼고, 나중에 흉터치료를 해야 할 수 도 있어요 ”
“ 수빈이 학생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요. 모자, 마스크 착용 안되고 치료 시작하면 4~8주는 아마 여드름이 더 심해질 거예요. 그래도 가리지 않고 다닐 자신 있으면 시작해요.
어떻게 할래
요? ”
바로 대답할 줄 알았는데 한참을 망설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 한번 해보고 싶어요. ”
“ 해보고 싶은 걸로는 안 돼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리고 스트레스받으면 어차피 치료가 안 돼요. 심해지기만 하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고 스트레스받을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말고,
' 지금 치료하는 중이에요 '라고 말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을 것 같음 치료 시작하고요. 학생이 결정해요. ”
"...................................... "
“ 수빈아. 네가 결정해. 네가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데로 할 수 있다고 하면 결제할 것이고,
못하겠다고 하면 그냥 갈 거야. 돈이 여유 있어서 치료하려는 거 아니고, 네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아빠랑
상의해서 온 거야. ”
“............................ 저 할래요.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어요!!!!! ”
치료가 시작되면서
정말 2달 정도는 더 심해졌다.
그래도 예전보다 밝아진 얼굴로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 병원에서 치료 중이에요. ”라고 말하여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치료받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화장품으로 관리하고, 연고 바르고,
모자와 마스크도 벗어던졌다.
그렇게 4달 즈음 지났을까?
우연히 딸의 얼굴을 봤는데 여드름 흉터는 있지만
한결 정돈된 얼굴을 보고 신이 나 아이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 어? 너 이마 엄청 많이 좋아졌다...!!!! 역시.............. 돈이 좋아!! ”
“ 엄마!!!! ”
“ 왜?? ”
“ 아니 내가 노력했잖아. 내가 열심히 다녔잖아. 나의 노력을 공감해줘야지
‘ 역시 돈이 좋아’가 무슨 말이야? ”
“ 아니... 피부과 다녀서 좋아졌으니까. 돈이 좋다고 말한 건데... ”
“ 아니.. 아무리 엄마가 T여도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
T와 F는 동상이몽인가요.. ㅠ.ㅠ
" 네가 노력한 건 맞지. 근데 네가 노력 안 했다고 말한 게 아니라 난 피부과 다녀서 좋아졌으니까
좋아서 그렇게 이야기한 거야.. 오해하지 말아 줘. 딸램 ㅠ.ㅠ "
피부가 예전보다 좋아지면서 한층 밝아진 아이와 여드름으로 생긴 흉터를 보니 너무 미안했다.
거울을 보며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던 아이의 모습이
스쳐지나간
다.
여드름도 고민해본 기억이 없어서 아이가 얼마나 속상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약물치료 안 하고 레이저 치료 했으면 어땠을까?
그럼 흉터도 덜 생기고 수빈이도 움츠려 들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오늘도 난 이렇게 후회를 남긴다.
keyword
자존감
여드름
스트레스
Brunch Book
금요일
연재
연재
좌충우돌 삼남매 이야기 1
09
상처 2
10
용기... 그리고 사과
11
커플머리 데이트
최신글
12
청소년 여드름과 자존감
13
남다른 치아성장 속도
2024년 12월 27일 금요일 발행 예정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