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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Oct 13. 2024

#01 엄마, 그리고 사랑

사랑에게,

엄마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구경하는데,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하루하루가 이별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고, 그 끝에 다다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건강한 이별을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최선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무엇이든 온 마음을 다해 쏟아부으면 후회가 없듯,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방식은 다양하다.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잘되길 바라거나, 소중히 아끼는 것 등. 그렇다면 나는 지금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마음은 그렇다고 느끼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본가에 가면 나는 여전히 실컷 어지르고, 누워만 있다. 간단한 설거지도 가끔 할 뿐이다. 본가에 가면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마도 엄마의 손길을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내가 집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고, 밥도 늘 사 먹는 줄 아신다. 어느 날 자취방에 들르셨다가 놀라셨다. “깨끗하게 잘 사네!”라는 말과 함께. 청소를 할 때면 이 말이 맴돌아 먼지를 한 번 더 닦게 된다. 여전히 나는 당신의 한마디 말에 성장하고 있다.


나는 본가에만 가면 도둑이 된다. “엄마, 이거 가져가도 돼?”라며 큰 장바구니를 펼치고는 훔쳐 갈 물건들을 스캔한다. 그러면 엄마가 거들며 장바구니가 가득 담기도록 음식과 생필품을 담아주신다. 이때 나는 느낀다. 당신은 나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내가 여전히 엄마에게 아이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좋다. 그 따뜻함은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존재로 다가온다.


엄마는 가끔 “그런 것도 할 줄 알아?”라고 말씀하신다. 27살의 내가 듣기에는 민망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연히 할 줄 알지!”라는 말과 함께 입꼬리를 올린다. “엄마, 나 이제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라는 의미가 담긴 미소이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사랑의 끝은 죽음일 테다. 피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아직은 그 순간이 상상조차 안 된다. 엄마가 없는 삶,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나의 사랑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표현해야 한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이 두렵지 않도록, 감사하고, 표현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 TV에서 연예인들이 번지점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MC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내리라고 할 때, 한 연예인이 ‘엄마’라고 외치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 들어 그 장면이 자주 떠오른다. 아마도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엄마‘


나와 가장 닮아서, 너무 아픈 사람.

(혹시나 안부를 묻는다면 현재 아주 건강하시다.)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모든 걸 주고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당신께
무엇을 드려야 할지

Ra.D-엄마 中


여러분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요?




[국어사전] 사랑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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