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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Oct 19. 2024

자전거에 관한 에피소드 1

- 근데, 오늘이 몇 월 몇일이죠?

자전거 타기를 배운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랫집 사시는 먼 친척 오빠의 낡은 자전거를 빌려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서로 밀어주기하면서 배웠다.


'몸으로 익힌 건 결코 잊히지 않는다'는 불문율 덕분인지 자전거 탈 기회가 있으면 늘 마다하지 않고 탔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늘 스스로를 기특해했다.


그러나 상당히 강렬했던 자전거 타다가 사고 났던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다.


첫 번째는 대학 4학년 때였을 것이다. 교회분들과 야외 나들이를 갔었다. 시골 논두렁 옆 길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푸른 바람을 느끼며 힘껏 페달을 밟으며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딴생각에 빠졌나? 내 자전거 뒷바퀴가 푹 빠지는 가 싶더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기도 전에 나는 자전거 의자에서 날아올라 논바닥에 얼굴을 긁힌 채 엎드려 있었다.


앞뒤에서 타고 가던 분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오셨다. 오른쪽 뺨 광대뼈 쪽, 손바닥과 팔에 몇 군데 긁힌 곳 때문에 쓰라림의 감각은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분들을 쳐다보면서도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런 정적을 느꼈다.


입을 떼서 "저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안심시켜 드리려 하다가..."근데 오늘이 몇 월 몇일이죠?"라고 물었다. 머리가 멍한 느낌을 떨치고 현실로 돌아오고 싶어서, 내가 언제 왜 여기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질문을 들은 분들이 순간 긴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고요한 공기 중으로 전달되었다. 모두들 ' 어떡해? 혹시 뇌에 충격이 간 거 아니야?'하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여하튼,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정신을 되찾고 나들이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정도 소독과 연고 바르고 지내는 동안 상처는 잘 아물었고 다행히 얼굴에 깊은 흔적은 남지 않았다.


자전거에서 날아오르는 경험이 이 번신호탄에 불과하고, 먼 훗날 더 강력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그때까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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