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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Nov 18. 2024

자폐스펙트럼 아이와의 외출이 편해진 이유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감각(3)

자폐스펙트럼 아이와의 외출은 왜 힘들까?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의 범주에 있지 않더라도 아이와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일은 원래 쉽지 않다. 아이들은 대부분 인내심이 짧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까지 가지고 있다면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더 추가될 것이다. 그 이유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루틴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외출이나 여행을 가게 되면 평소에 잘 지키고 있던 루틴이 깨지게 된다.     


둘째,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감각이 예민하다. (똑같은 감각을 처리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과민반응을 하거나 과소반응을 한다.) 이때 외출이나 여행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바뀌게 되면 평소와는 다른 감각적 인풋들이 발생하면서 감각을 처리할 때 어려움을 느낄 일이 평소보다 많아지게 된다.     


셋째,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돌발행동을 한다. 일상적인 생활반경에서는 아이가 돌발행동을 하더라도 양육자가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나름의 방안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출이나 여행을 가게 되면 바뀐 환경과 상황 때문에 아이가 돌발행동을 할 경우 양육자가 평소에 하던 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자폐스펙트럼 아이와의 외출이나 여행은 힘들다. 앨리스도 다른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처럼 함께 외출하거나 여행하는 일이 매우 힘들었던 아이였다. 특히 감각적 예민함과 충동성으로 인해 공격적인 돌발행동을 할 때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 또래 집단이 많이 모여 있는 곳(e.g., 키즈카페, 놀이터, 병원 등)에서는 단 1초도 앨리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아이가 갑자기 뛰어가면 나도 함께 뛰어가서 아이가 하는 행동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때가 많았다.      


자폐스펙트럼 아이와의 외출이 편해진 이유

하지만 앨리스가 만 5세가 된 지금은 앨리스와의 외출이나 여행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이 지나면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많은 부분이 저절로(?) 개선되었다. 앨리스가 성장하면서 루틴과 감각처리에 허용 가능한 범위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5년째 집에서 꾸준히 해주고 있는 감각통합놀이와 치료실에서의 감각통합치료, 유치원의 다양한 오감 놀이 및 체육 활동 등이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둘째, 내가 앨리스의 감각적 취약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그동안 앨리스의 돌발행동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앨리스가 어떤 감각적 인풋에 취약한지 매우 구체적인 데이터가 쌓였고 그래서 앨리스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환경을 잘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폐스펙트럼 아이와의 잦은 외출은 독일까?

그렇다면 아직 자신만의 고정된 루틴과 환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감각적으로 매우 예민한 자폐스펙트럼 아이라면 외출이나 여행을 피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폐스펙트럼 아이에게 외출 그 자체가 독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다른 곳을 다니는 외출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채널A의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106회)에서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아이에게 같은 장소의 반복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매일 다른 곳으로 외출을 하면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다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선 장소를 굉장히 두려워하지만 한번 공간에 적응을 마치면 편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익숙한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에 대한 연습도 꾸준히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다면, 그리고 아직 자신만의 루틴과 감각적 예민함이 크다면, 다양한 장소로의 외출이나 여행보다는 같은 장소에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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