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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Dec 09. 2024

그 어떤 장애도 존중받는 통합교육이란

자폐 성향 존중하기 (4)

결혼 전의 나는 타인의 장애에 대해 무심한 사람이었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과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장애인의 권리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남편은 이미 성인이었고 장애와 관련하여 나에게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리스가 선천성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의 “장애”는 나의 유일한 관심사가 되었다. 앨리스가 자폐스펙트럼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후부터는 나의 일상은 오직 앨리스의 재활 치료를 중심으로 굴러갔다.     


장애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정말 많다. 그 사람들의 이유는 나름 정당하다. 장애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앨리스가 태어나기 전 과거의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장애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해도 우리는 그 누구도 장애에서 자유롭지 않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 혹은 나처럼 장애를 가진 가족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장애가 있어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각자가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장애 친화적이지 않다. 공교육의 질은 우수한 편이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통합교육은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 18년 차 초등교사이자 장애통합교실의 담임을 수년간 해본 내가 현재의 통합교육에 부정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벤트에 가까운 장애 이해 교육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장애이해교육은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이벤트이다. 그나마도 전반적인 장애를 짧은 시간에 모두 다루느라 발달장애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행정직원, 관리자 등 학교에 있는 대부분의 교직원은 발달장애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일반 공립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애의 유형도, 교실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장애의 유형도 모두 발달장애다.      


따라서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발달장애의 종류와 특징 및 발달장애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교사나 보호자들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교사나 보호자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막연하게 “느리다”라고 표현하거나, “생각주머니가 작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들은 아이들에게 발달장애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도 해주지 못하며 열등한 것이라는 오해만 불러일으킨다. 학교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에 대한 장애 이해 교육에서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 대신 구체적이며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 개개인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점에서 비장애 아이들의 이해가 필요한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 이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 년에 한두 번의 이벤트성으로 교육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차시 이상의 교육과정을 세워서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으며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교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학생을 교실에서 또래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학생은 생각하는 방식과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달라 소통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청각이 예민하여 소리를 지르는 장난에 과하게 반응한다. 만약 학생이 폭발하면 직접 대응하지 않고 선생님께 알린다. 반면 이 학생은 시각적 학습능력이 좋아 글도 잘 읽고 독서를 많이 해서 시사상식이 풍부하며 언어능력이 뛰어나다.”      


이처럼 장애를 가진 특정 학생을 소개할 때는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좋다. 진단명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2. 극도로 제한된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위

일반 공립 초등학교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는 한 학년에 한두 명 정도가 배치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좀 더 낮은 기준으로도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은 ADHD 아이들 및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도 필요한 경우에는 특수교육대상자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특수교육대상자는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지정이 가능하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자가 원하지 않아도 학교 측에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보호자의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아이인데도 지원을 받지 못해 학급이 붕괴가 되고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 본인이 될 것이다.      


3. 너무 많은 학급당 정원

현재의 초등학교 학급당 인원수는 20명 초반에서 20명 후반에 이른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처럼 학생 하나하나의 다양성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호자의 민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에는 결코 적은 숫자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사실상 공립학교의 거의 모든 학급은 통합학급이며 한 학급의 1/4 이상이 신경다양성(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사회적의사소통장애, 지적장애 등을 생물적 다양성으로 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 학급 당 15명 이하의 학급 구성은 필수적이다.    

  

4. 공립초등학교의 불완전한 통합교육

현재 공립유치원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속한 통합학급에 특수교사가 직접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의 완전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립초등학교에서는 특수교사가 도움반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근무하기 때문에 특수교육대상자가 통합반과 도움반을 오가는 형태의 불완전한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특수교육대상자가 완전통합교육을 원하는 경우에는 통합반에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특수교사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나는 18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서 공립초등학교가 이러한 불완전한 통합방식을 벗어나서 공립유치원의 경우처럼 통합교실에서 특수교사가 완전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요즘 초등학교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어도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있든 없든 사실상 거의 모든 학급은 통합학급이다. 따라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는 도움반이라는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통합학급에서 도움이 필요한 모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둘째,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은 특수교사와 구조화된 환경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지식을 배우는 것은 가정에서도 치료실에서도 가능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신, 통합교실에서 특수교사의 지원을 받으며 사회적 갈등과 도전에 직면하는 편이 더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은 사회성이 낮은데, 이는 도움반과 같은 분리된 공간보다는 통합학급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난청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앨리스가 태어난 지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아이가 학교에 갈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비합리적인 통합교육의 현실에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서, 초등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로서, 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꼭 필요한 통합교육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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