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맘 뤼 Oct 10. 2024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기준과 간단한 자폐 검사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오해와 진실 (3)

2013년에 개정된 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분류 체계) 5판에서는 모든 자폐성 장애를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라는 동일 진단에 포함시키고 그 특징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하였다.      


1.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음 

2. 제한적 또는 반복적 행동 및 관심     


이 두 가지 요소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관통하는 핵심 특징이며 백인백색 자폐인들의 유일한 공통분모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지능지수”나 “언어능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능이 높다고 해서, 혹은 말을 잘한다고 해서 자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또한, 자폐를 진단할 때는 발달 이력을 보기 때문에 “제한적 또는 반복적 행동 및 관심”이 유아기에 관찰되었다면, 아동기나 성인기에 사라진 경우라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 기준에 부합한다고 본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자폐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자폐스펙트럼진단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과는 무엇이 다를까? 앨리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앨리스의 현재 언어 수준은 언어평가 결과로 보았을 때 또래 수준이며 특히 REVT 검사상 어휘력은 상위 1퍼센트에 달한다. 따라서 앨리스는 표면적인 의사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앨리스는 또래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잘 표현하는 편이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도 사장님을 찾아서 먼저 인사하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요구하며, 교회에 가면 어른들께 먼저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보며 묻는 말에도 또박또박 답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또래와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또래의 반응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자기만 알고 있거나 자기만 재밌다고 생각하는 관심사를 강요하고 또래가 흥미 없어하는 표정을 읽지 못한다. 따라서 처음엔 앨리스에게 호감을 보이던 아이들도 앨리스가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지 않고 자기 말만 하거나 혼자만의 놀이를 강요하는 모습에 질려서 도망가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앨리스의 학급에서는 더 이상 앨리스와 적극적으로 놀고 싶은 친구들이 별로 없게 되었다. 앨리스뿐만 아니라 많은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이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으로 인해 (특히) 또래 친구들에게 배척을 받는다.     

 

그렇다면 제한적 또는 반복적 행동 및 관심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반복적 행동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뜻한다. 제한적 관심이란 똑같은 음식이나 물건, 의식을 고집하는 행동, 혹은 특이한 물체나 주제에 대한 관심이나 집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오은영 박사가 채널A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해서 언급했던 자폐스펙트럼진단기준 RRF를 떠올린다면 더 이해가 더 쉽다.      


R: Repetitive 반복성: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

R: Ritual 의식 절차: 순서나 차례, 규칙에 몰두

F: Fixation 집착: 알파벳이나 색깔 등 특정한 것에 대한 집착     


그렇다면 실제로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앨리스는 RRF가 어느 정도일까?      


Repetitive 반복성: 앨리스는 24개월까지 책을 마구잡이로 넘기거나 청소용 돌돌이를 계속 뜯거나 머리를 좌우로 크게 흔드는 등의 상동행동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뚜렷한 상동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 adi-r검사에서는 과거 이력을 보기 때문에 상동행동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상동행동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앨리스는 이미 내가 상동행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고 내가 보지 않을 때 상동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Ritual 의식절차: 앨리스는 아기 때부터 순서나 차례, 규칙에 몰두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 흔한 장난감 줄 세우기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아예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으니 가끔 줄을 세울 때가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아주 가끔 자신만의 순서를 정하여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adhd 아이들처럼 규칙에 아예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Fixation 집착: 앨리스는 특정한 물건이나 주제에 대한 집착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특정 질감과 무늬를 가진 손수건에 집착하여 잠을 잘 때 그 손수건을 꼭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버릇이 있는데 일상생활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특이한 주제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다. 예를 들면 귓속 달팽이관의 모습, 사냥 후 동물을 손질하는 절차,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이유 등 불특정하고 비일반적이며 상당히 구체적인 주제들이다. (이러한 특이한 주제에 대한 관심은 주로 최근에 읽은 책이나 보았던 동영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처럼 자폐스펙트럼을 진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이 말 그대로 “스펙트럼”인 만큼 그 증상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관찰을 통해서만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약,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소아정신과에 방문하여 자폐진단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폐 진단을 위해 가장 쉽게 예약하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도구에는 K-Cars2가 있으며 좀 더 정확하고 자세한 평가결과를 원하거나 자폐의 정도가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Ados, Adi-r검사를 받기도 한다. 이 외에 지능검사나 언어검사, 혹은 풀배터리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폐 진단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무턱대고 소아정신과에 방문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가정에서 자폐 선별 검사를 먼저 실시해 보는 것도 좋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자폐 선별 검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M-Chat-R 검사 영유아용 자폐 자가 진단 테스트 

M-chat은 16개월에서 30개월 사이의 영아를 대상으로 자폐스펙트럼을 선별(Screening)하는 도구이다. (자폐 진단을 위한 검사 도구가 아님에 유념한다.) 가정에서 양육자가 간편하게 자폐 가능성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양육자가 객관적으로 아이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앨리스는 16개월 경 실시한 M-chat-R 검사에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검사도구 pdf 다운로드 방법

다음 링크로 이동후 다운로드 

(https://blog.naver.com/myrainbowbaby/223214259680)     


※점수 계산 방법

전체 20문항 중 2번, 5번, 12번 문항은 ‘예’ 일 경우 1점, 다른 문항은 ‘아니요’ 일 경우 1점으로 계산한다. 

-총점 0~2점: 후속 조치 필요 없음

-총점 3~7점: 후속 조치 (추가 검사, 정밀 진단 등) 

-총점 8~20점 이상: 자폐증 (즉시 치료 시작)      

총점이 3점 이상일 경우 추가 검사와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총점이 8점 이상일 경우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앨리스의 경우 총점이 3점과 7점 사이였다.     


2. ASSQ 검사

고기능 자폐 선별검사이며 만 6세에서 17세 사이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아이의 부모나 교사가 실시할 수 있다. 테스트는 다음 링크를 통해 바로 갈 수 있다.

(https://blog.naver.com/myrainbowbaby/223435645266)


3. 샐리 앤 테스트 

샐리 앤 테스트는 자폐성 장애를 정의하는 특징을 보여주는 유명한 테스트이다. 만 5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실시할 수 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샐리와 앤이 있고 그 앞에 상자와 바구니가 놓여 있다. 샐리가 공을 바구니에 넣고 나간다. 앤이 바구니에서 공을 꺼내고 상자에 넣은 후 뚜껑을 닫는다. 밖으로 나갔던 샐리가 돌아온다. 샐리는 과연 어디에서 공을 찾을까? 정답은 바구니이며 자폐성 장애가 없다면 무난하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를 찾아보니 자폐가 있는 어린이들의 20 퍼센트 정도도 정답을 맞혔으므로 정확한 테스트는 아니다. 단지 재미로 해볼 것을 권한다.)     


4. AQ 테스트

AQ 테스트는 성인용 자폐테스트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사람들 중 본인도 뒤늦게 자폐 진단을 받는 경우가 해외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이 자폐진단을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정신과 병원과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폐 검사를 받는 것조차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본인의 자폐 여부가 궁금한 경우 성인용 자폐선별검사인 AQ테스트를 통해 일차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테스트는 다음 링크를 통해 바로 갈 수 있다.


(https://blog.naver.com/myrainbowbaby/223442857041)

  

이전 03화 의사도 눈치채지 못하는 자폐스펙트럼 신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