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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진단, 발달 검사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오해와 진실 (5)

by 앨리스맘 뤼

인스타그램에서 [마이레인보우베이비: 고기능자폐 육아정보] 계정(@my_rainbowbaby_girl)을 운영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올린 앨리스의 자폐스펙트럼 증상과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발달 검사상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없는데 왜 아이가 자폐냐고 묻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일부는 아이의 진단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려면 우선 발달 검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발달 검사는 검사 대상 아동의 현재 발달 기능을 측정한 후, 그 결과를 백분위로 표기하여 또래와 비교했을 때 아동의 상대적인 발달 상태를 객관적인 수치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국내에서 실시하는 발달 검사의 종류는 인싸이트 심리검사연구소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발달 검사를 각 영역별로 분류해 놓아 원하는 영역의 검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각 검사를 클릭하면 개발자의 이름과 함께 검사의 목적과 대상이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모든 발달 검사는 이렇게 목적에 따라 각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특정 영역만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아동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여부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자폐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앨리스는 발달 검사상 발달에 문제가 없다. 앨리스는 재활의학과와 소아정신과에서 한국형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 교육진단검사(PEP-R), 카우프만 지능검사(K-ABC), 웩슬러 지능검사(WPPSI) 등을 실시했고, 30개월 이후에 실시한 모든 검사에서 또래 평균 이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대근육 제외).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의 목적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발달 검사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니라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앨리스가 자폐가 아닌데 자폐라고 한다며 의학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하지 말라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모든 발달 검사는 아이의 발달 지표를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지만, 자폐 진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검사로는 아이의 자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각 검사 결과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자폐 진단을 목적으로 개발된 검사 도구로 측정할 수 있다. 앨리스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도구인 아동기자폐평정척도(CARS), 자폐증진단관찰스케줄(ADOS), 자폐증진단면담지(ADI-R) 검사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았다. 따라서 아동의 발달 수준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여부는 완전히 별개이다.


그리고 자폐를 포함한 발달장애는 단순히 발달이 느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발달이 불균형하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발달장애가 모든 영역의 느림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뛰어난 능력으로 음악가, 미술가, 수학자, 과학자가 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 개인이 겉으로 봤을 때는 비장애인과 비슷해 보이더라도, 영역별 발달의 불균형이 심하여 전형인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런 경우에는 발달장애의 범주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발달 검사상 발달이 느리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발달장애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앨리스의 경우 지능은 평균이며, 언어 능력과 시각적인 기억력이 매우 우수하다. 대근육 발달을 제외한 모든 발달 영역에서 또래 평균 이상이라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발달 검사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사회성과 화용 언어의 지연이 앨리스의 평범한 일상에 지장을 주고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발달 양상을 보고 자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여부는 반드시 자폐 진단 도구와 전문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앨리스와 같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지능이 평균 이상인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더욱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각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앨리스의 발달검사 및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검사 결과(49개월 경)는 네이버블로그 [마이레인보우베이비]에 방문하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myrainbowbaby/223207117281


※앨리스는 생후 6개월에 대근육 및 전반적 발달지연 의심으로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생후 10개월부터 대학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고, 15개월부터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전반적인 재활 치료를 받았으며 생후 30개월이 된 이후에는 “검사상” 발달지연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는 단지 검사상의 수치일 뿐 여전히 대근육의 발달은 또래보다 눈에 띌 정도로 느리며, 화용 언어 및 사회성에도 어려움이 있다.)


※앨리스는 검사상 발달지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향어, 상동행동, 일방적 의사소통 등 자폐 성향을 과거에 보였거나 당시에 보였기 때문에 36개월에 자폐진단검사인 자폐증진단관찰스케줄(ADOS), 자폐증진단면담지(ADI-R) 검사를 받았고, 39개월에는 아동기자폐평정척도(CARS) 검사를 받았다. 앨리스는 모든 검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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