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를 꿈꾸는 아이
16개월에 처음 숫자를 인지하기 시작한 초록이는 8살인 지금까지도 숫자만 보면 흥분한다.
천재와는 거리가 멀지만 8살 인생의 대부분을 수와 함께 한 그 덕력만큼은 인정할만하다.
일단 수만 들어가면 사랑에 빠지는데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날은 원주율이다가, 또 어느 날은 주기율표나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이 되기도 한다.
모차르트가 음악신동일 수 있었던 이유는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1만 시간의 덕력때문이란 말이 어쩌면 맞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세상을 수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세상이 그렇게 수학처럼 딱 떨어지지는 않아”라고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좋다는 걸 뭐 어쩌겠는가?
그런 초록이가 요즘 빠져있는 것은 ’ 약수‘이다. 초등수학에선 그저 통분을 하기 위한 재료이고 분수셈만 잘하면 굳이 깊게 다룰 내용은 아닐 듯싶다.
그런데 A4용지나 보드판에 시간만 나면 약수를 끼적이니 ‘그 시간에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풀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약수는 너무 신비로워. “
“뭐가 신비로워?”
“2 곱하기 2는 4, 3 곱하기 3은 9와 같이 두 수의 곱으로 이루어진 수들의 약수는 홀수인 걸 알아냈거든. 근데 그게 책에도 있더라고. 너무 반가웠어!!”
수학진도에 연연하는 평범한 엄마지만 최대한 아이를 놔두기 위해 마음의 소리를 애써 틀어막는 이유는 이렇게 쌓인 덕력이 일상에서 혹은 의외의 곳에서 수감각을 발휘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수학자가 꿈이라는 아이.
40년 인생 중 30년을 한 꿈을 위해 내달리다가도 상황이 안되면 바뀌는 게 꿈일 만큼 대단한 실체를
가진 존재는 아니지만,
이왕 태어난 인생, 내 아이는 한번쯤 그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소망도 마음 한편에 갖고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말을 벌써 들었을 만큼 쉽지 않은 길임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