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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Dec 21. 2024

달님과  썸타다.

일주일 전에 밤에  만났던  달은  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동그란  모습에  푸르스름한  광채가  그를  두르고  있었고

그  주위로도  그레이 한  멋스러운 링이  그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높은 귀족처럼  보였다.


나무를  사이에 두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작은 벅참은

마치  아이돌 가수를  바라보는 아재 눈빛이라 해야 하나?

예뻤다.


온 하늘을 꽉 잡고 있는  달은 지치지 않을 거 같았다.

다음날도 달을 봤고  어떤 날은

다 씻고  나서  달을 보러 나가기도 했다.

창백한  아침 달까지  눈여겨봤으니  무슨 관심인지

거리는

내  속 어딘가도 본거 같다.


대놓고 쳐다보는 내가 부담스러운지

달은  조금씩 고개를  돌린다.

내가  계속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퇴근시간  주차장 가는 길에

집에 올라가는 길에  

잠시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  길에

그리고 보고 싶어 테라스에 잠시 나왔을 뿐인데

고개를  돌려  아예 다른 곳을 쳐다본다.

(옆모습도  괜찮아 보이긴 하다.)

 

그러고는 이제  밤엔 여주지   않는다.

아침에야 지친  달을 마주하곤 한다.


금요일 밤  10시 20분쯤  집으로  돌아왔다.

교회에서 기도회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다.

집에 와서  책을 읽겠다고 앉았는데

핸드폰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토요일이라는  덜 부담스러운 날을 앞두고 있어선지

둘째도  12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잔다

나도 따라  잔다.


토요일 5시 55분에  집을 나섰다.

달을 찾아보려 하는데  없다.

하늘은  무지 높다.

친근한  하늘이  오늘은  접근 불가처럼

멀리 있고  구름으로 온통 자신을  가리고 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좀  일찍 나온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멀다

구름 사이에  달의 형체를 본다.

나를  먼저 봐 버린건지  자기를 한번  보여 주더니

다시  형체만  남기고  가득한  구름 뒤로 숨는다.

옆모습인 달을  분명히  봤다.  됐다.

그 정도면  된 거다

날  아예 외면하지 않으면 됐지 뭐.


집으로 와서  싱크대 주변을 정리하고  

황탯국도

작은  냄비에

옮겨  한 번 더 끓였다.

설거지를  하고 밥을 확인했다.

오늘은 출근해서 집에 언제 올지 모르기에

대충이라도 점검하고  나가야 한다.


잠시 핸드폰 글들을 보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개키고 출근 준비

마무리를 한다.

둘째가  1시쯤에 퇴근을 하니까

엄마도 한번 보고 가야 한다.


엄마방에 들어서고

이동변기를 본 순간  

서둘러야 함을 느낀다.  

입구에  이물질이  묻어있다.

집에서  지금  나가야 하는데  

엄마 기저귀를  보는 순간

마음도 급해지고  짜증이 났다.


나보다 더 짜증을 내시다가  

기저귀를 보고는매우 협조적이 되신다.

모시고 욕실에 가서   변기에 앉힌 채로

아래쪽만  깨끗이 씻겼다.

이불도 번개처럼  change를  하고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혀  뉘었다.

쓰던 이불을  세탁기에 급속으로 해서  

돌려놓고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뛰었다.


아침  내 모습이 불편하다.

엄마에게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곰실 맞게 군다.

지난밤  저녁 먹고  앉은 채로   

크리스마스 음악을

잠시 틀었는데

둘째는 식탁의자에서  그대로 일어나

눈을  할머니와 맟추고는

춤을  춘다.  둠짓둠짓 목을  꺾기도 하고  

흔들기도 하고

멋대로  몸에 리듬을  싣는 둘째가 부럽다.

결국 할머니가 웃는다.


나는  그렇지 않다.

손짓에도  표정에도  악의라곤 없다,

다정함이  부족할 뿐이다.

나는 집안일을  다해야 하니까

식사를 준비하고  끝나면  커피를 드리고

또  설거지를 해야 하니까

등을 보이고 설거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아침 짜증 부림이  이렇게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엄마  미안.


열심히  밟아서  왔다.

마치고  크리스마스 행사  연습하는 곳에

합류해야 한다.

2시까지 모여서  우산을 들고 음악에  맞춰야 한다.

노래 가사를 다 외워야 하고  거기에

오와  열을 맞추고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고

돌리기도 해야 하며

모양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린  연습을 거의 못했다.


오십 대 중후반  아줌마들이니  

길게 연습해야 할 거 같다.

오후 3시에는  합류할 수 있길 바라본다.


리더로  세워 놓으신 분이  

또  뭔가 착각한 거 같다.

나를 센터에 세운다.

그니까  한 가운데다. 한 번씩은  

동작을 달리해야 하는 자리

또렷또렷하게  리드해 갈 수 있을 거라  

믿는  리더에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합으로 할 때는 내가  

잘 묻어갔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거 같다.

아니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주중에  그냥 지냈고  

지난밤 식탁에서 틀었던  아이들 노래가  

맞출 노래다.

차라리 둘째가  춤을 추는 게 나을 텐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밤  목사님은

우리 기쁨이 커져 가고 있는지  물으셨다.

어른이 되면서 무뎌지고

때마침

시국 한파는   더  움츠려 들게 하고

저작권침해라는 것 때문에  

거리 캐럴도 사라졌으니  

음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내 기쁨은 어디 있을까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일단  '크리스마스의 작은 별'노래를

들어야겠다.

외우는 게  가장 시급하다.


'모두가 쿨쿨 자고 있을 때

베들레헴  마구간에  아기 울음소리~~~

예수님의 탄생을 나는 보았네 ~~


작은 별이  하늘에  떠 있었을 때

달은 어디에 있었을까?

아침에만  겨우  옆 모습을

보여주는 달을

내일이 돼야 볼 수 있는 건가?

나만 썸타는 건가?

종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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