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속담에 속다
꿩 잡는 게 매
오리마을에서 미운 오리는 외모 덕에 자주 왕따를 당했는데 그 중에서도 꿩처럼 살이 득실득실하게 찐 일짱 대장 오리한테 수시로 얻어맞고는 했다.
어느 날 부모오리들이 외출한 사이에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일짱 대장오리의 집합 명령이 있었고 앞마당에 모든 오리들이 집합을 하였다.
마침 옆을 지나던 동네 닭이 저놈들 뭐하나? 살펴보다가 시끄럽게 굴던 오리들이 조용해지니 모이 사냥에 도움이 되어 대장 오리 뒷편에서 수풀에 머리를 쳐 박고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공포에 떨던 미운 오리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대로 먼저 대장오리 앞으로 나갔는데 아뿔사 하늘에서 매가 쏜살 같이 내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고 몸을 벌벌 떨던 미운 오리는 마지막 힘을 내어 자신을 낚아채려는 매에게 귓속말로 무어라고 했고 매는 갑자기 대상을 바꿔서 대장오리를 낚아채려다 뒤에서 머리를 쳐 박고 모이를 먹던 닭을 채어 날아가 버렸다.
미운 오리는 매에게 무어라고 했을까?
미운 오리는 매에게 대장오리를 가리키며 “제가 꿩이에요”라고 했고 “꿩 잡는 게 매”, “꿩 대신 닭” 이라는 조류 사회의 질서대로 매는 꿩 대신 닭을 잡아채 간 것이다.
한편 미운 오리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 났다고 오해한 일짱 대장 오리는 미운 오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감사의 뜻을 표했고 그 후로 아무도 미운 오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꿩 잡는 게 매다. 꿩 대신 닭이다.
아침형 오리 –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다.
미운 오리는 매일 아침 오리떼들에 밀려 아침을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 열 받은 미운 오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도 먼저 먹는다.”는 속담을 떠 올리고는 다음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어둑어둑한 어둠을 뚫고 같은 집에 사는 흰 닭이 힘차게 “꼬끼오”하는 울음소리를 냈고 미운 오리는 벌떡 일어나 모이통 앞에 제일 먼저 다가가 기다리다 마침내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며칠을 닭이 우는 소리에 맞춰 일어나서 식사를 잘하던 어느 날 습관처럼 일찍 일어나서 모이통 앞에서 꽥꽥거리며 살펴보니 닭 둥지에서 닭이 병에 걸렸는지 개미 같은 목소리로 “고기오~~”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닭은 오늘이 복날인 것을 알고 주인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이고 있던 참이었다)
미운 오리는 참 안됬다는 표정을 지은 후 밥 달라고 또 꽥꽥 소리 지르고 있는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주인이 눈을 비비며 나타나서 “내 이놈의 닭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겠으니 오늘은 널 잡아 복날 몸보신이나 해야겠다” 며 미운 오리를 잡아 목을 비틀고는 펄펄 물이 끓는 가마솥 앞으로 갔다.
주인장은 잘 삶아진 닭(오리)를 먹으며 맛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대로 다 먹고나서 내민 것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게 아니라 오리(백조)발이었던 것이다.
<에필로그>
일전에 떡집에서 했었던 “체험 삶의 현장”에서 떡을 배 터지게 먹고 나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덕에 떠 하나 더 먹고 배 터져서 긴급 처치를 받고 살아난 미운 오리는 오리들을 모아 놓고 “누워서 떡 먹기” 시합을 하게 하였다.
미운 오리는 “식은 죽 먹기”를 하며 의심스런 표정으로 누운 오리들 입에는 떡을 밀어 넣게 하였고 누워서 떡 먹은 오리들은
누워서 떡 먹은 오리들 : “인간들의 속담은 믿을 게 못된다” 하며 “꾸웨웩~ 꿰엑~ 꿲꿱”
목에 걸린 떡을 토해 냈다.
미운 오리 : 어~ 식은 죽 먹는 건 정말 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