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란?

커피대신 물을 주문하는 소미씨

by 응응

도서관 카페에 자주 오는 소미씨. 소미는 그녀의 별명이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나는 ‘참 까칠한 사람 같네’ 하고 생각했다.
말도 짧고, 표정도 냉랭했고, 무언가에 늘 단호했다.


‘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사는 타입인가 보군.’
그땐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그 인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소미씨는 키에 비해 많이 말랐다. 몸무게가 42kg이라 했다.
그 말이 내 귀에 닿을 때 나는 그 수치보다
그녀의 목소리에 깃든 살아내는 기운을 먼저 느꼈다.

2년 전 그녀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유방암’이었다.
수술도 할 수 없고, 방사선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에
그녀는 묵묵히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곱 번째 치료에서 멈췄다.


“더 하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담긴 공포와 결심의 무게를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죽음이 아니라 삶을 위해 멈춘 선택이었다.


그 후 그녀는 자연치유를 택했다.
걸었다.
먹는 걸 조심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말했다고 했다.
“오늘도 살아 있네. 괜찮아.”


그녀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도서관에 들러 커피 대신 따뜻한 물을 주문하고 잠깐 책을 본다.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진다.
까칠하다고 생각했던 그 표정엔 사실 버티는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


얼마 전 검진에서 두 개의 종양 중 하나가 조금 커졌다고 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나머지 하나는 작으니까요.”
그 말이 그렇게 슬프고 또 그렇게 강할 수가 없었다.


소미씨는 말한다.

“나는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살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까 봐 무서워요.”
그녀의 물 잔은 언제나 반쯤 비어 있다.
마시다 말고 또 한 모금.
그 한 모금 한 모금이 그녀에게는 오늘의 증거 같았다.


소미.


금을 뿌린 꾸라지처럼 살아 있는 사람.


아무리 힘들어도 반짝이는 사람.


오늘도 그녀는 걷는다.
햇빛이 비치는 도서관 앞길을 따라 천천히.
그 길 위에서 그녀는 병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창가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 용기란, 거창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힘일지도 모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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