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허락과 포기의 반복
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니, 내 아들이 말이야. 여자친구랑 일본여행을 다녀와도 되냐고 묻는 거야.”
나는 순간 뜨거운 커피를 잘못 삼킬 뻔했다.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 담백하지만, 내용은 언제나 폭탄이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내가 묻자 그녀는 무릎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말했다.
“일단 물었지. 여자친구 부모님은 뭐래? 그랬더니 허락하셨대.”
“그게 더 어이가 없더라니까.”
그녀의 표정에는 ‘세상이 이렇게까지 빨라졌나’ 하는 놀라움과,
‘내가 너무 구식인가’ 하는 복잡한 심경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는 건 좀 그렇다.”
아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알았어.”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때 ‘휴~’ 하고 안도했다고 했다.
나는 웃었다.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했으면 어땠을까?”
그녀도 내 마음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내가 괜히 뭐라고 했나 싶더라.
다음엔 여행을 가더라도 나한테 말 안 하고 갈지도 몰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허공을 바라봤다.
그 표정에는 약간의 서운함 그리고 아주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
나는 괜히 커피잔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말한 게 어디예요.
요즘 애들은 부모님께 말도 안 하고 간다니까요.”
그녀는 잠시 웃더니
“그렇지? 말이라도 하고 가는 게 어디야.”
라고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 웃음은 조금은 얇고, 그러나 참 예뻤다.
자식이 커간다는 건 조금의 서운함.
한 줌의 안도.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포기를 매번 삼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