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오늘도 피처를 든다
묵묵히 커피를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저 따뜻한 음료 한 잔이 아니라, 보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마저 환하게 밝혀주는 그런 커피를 건네고 싶다.'
그것은 어쩌면 나의 새로운 욕심이었고, 어쩌면 더 깊은 위로를 향한 갈망이었다. 지친 하루의 한복판에서 예기치 못한 작은 선물처럼, 그런 순간을 그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새하얀 우유 거품 위로 섬세하게 피어나는 고운 하트 하나. 혹은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나뭇가지처럼 촘촘하게 그려진 결 고운 잎맥. 그것은 단순한 모양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당신의 하루를 묵묵히 응원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이자,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나의 다정한 허락일 것만 같았다.
그 마음 하나를 붙잡고 나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라떼아트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하얀 도화지 같은 잔 위에 하루의 온도를 담아내는 일.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안아줄 수 있으리라 나는 믿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묵직한 스테인리스 피처를 쥔 내 손은 어색했고, 귓가를 때리는 날카로운 스팀 소리에 내 마음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가장 완벽한 온도의 우유와 가장 부드러운 거품. 머릿속으로는 수십 번도 더 그렸던 그 흐름을 막상 손끝으로 재현하려 하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흘러 에스프레소와 만나야 할 우유는 마치 길을 잃은 강물처럼 엉뚱한 곳으로 튀고, 뭉치고, 거칠게 가라앉았다. 내 마음은 분명 하트를 그리고 있었지만 잔 위에 남은 것은 반쯤 시들어버린 꽃잎이거나 한쪽으로 기괴하게 기울어진 정체 모를 얼룩뿐이었다.
결과물은 참혹했다. 그것은 예쁜 무늬가 아니라, 나의 서투름을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안 될까.”
원망 섞인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수십 번을 반복하고 연습해도 모양은 뭉툭하게 흐려질 뿐이었다. 머릿속의 완벽한 그림과 손끝의 결과물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그럴수록 내 마음만 자꾸 조급해져 갔다.
단순한 기술 하나를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내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었기에 그 서투른 결과물은 나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게 속을 태우던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직 내 손끝은 무디고, 하트는 여전히 찌그러진 모양새다.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완성된 하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 하트 하나를 완벽하게 피워내고 싶어 이토록 애태우고, 조급해하고, 기어이 다시 연습하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 이 서투르지만 뜨거운 진심. 어쩌면 사람들은 그 완벽한 모양의 결과보다 그것을 만들고 싶어 애쓰는 이 과정의 온기를 먼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예쁜 하트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하트를 만들고 싶어 애태운 오늘의 이 마음이 어쩌면 이미 누군가를 따뜻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피처를 들어 올린다. 이 조급함마저 진심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언젠가 아주 언젠가 내 손끝에서 기교가 아닌 진심이 담긴 하트 하나가 도서관의 고요한 불빛 아래, 누군가의 잔 위에서 고요히 그러나 가장 선명하게 피어날 그날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