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사는 남편과 두 며느리 이야기
올해 추석은 마음이 더 풍성했다
그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예감했다.
오늘은 분명 이야기보따리가 한 보따리 터질 날이라는 걸.
“추석 잘 보내셨어요?” 하고 묻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요! 우리 아들 둘이 다 다녀갔거든요. 아주 시끌시끌했어요.”
그녀는 앞치마를 입으며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추석명절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큰며느리는 곰 같은 여우, 작은며느리는 여우 같은 여우에요.”
이 소개부터가 이미 흥미진진했다.
큰며느리는 느긋하고 듬직한 성격이라 눈치가 빠르지 않지만,
한마디로 센스 덩어리라고 했다.
필요할 때는 살짝 여우처럼 굴 줄도 아는 현명한 곰.
반면 작은며느리는 첫눈에 봐도 여우 같다고 했다.
빠릿빠릿하고 말도 야무지며 칭찬받을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근데 신기한 건요, 여우인데 얄밉지가 않아요. 귀엽다니까요?”
그녀는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었다.
그녀의 남편은 요즘 하루에도 열두 번 “보고 싶다”를 외치는 ‘아들바보’였다.
명절만 기다리며 “우리 애들 언제 오나”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아들들이 오자마자 표정이 활짝 폈단다.
식사 후엔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다.
“그 사람, 아이들과 무려 한 시간이나 걸었어요.
얼굴이 해처럼 피었더라니까요.”
그녀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명절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고스톱이었다.
이번에는 부부 대항전.
큰며느리는 “오빠가 해!”를 외치며 화투를 꼭 잡고 있었고,
작은며느리는 “집중! 집중 좀 하자!”를 외치며 작전 지시를 내렸다.
아이들이 점수를 녈 수 있게 화투를 내는 그녀에게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기는 고스톱을 해야지 왜 지는 고스톱을 해?”
그녀는 그냥 웃었다.
이기고 지는 게 뭐가 중요하랴.
아들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웃고 있는 그 장면이
이미 세상에서 가장 값진 장면이었으니까.
큰아들 내외는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저녁을 먹고 돌아갔다.
작은아들 내외는 하루를 더 묵었다.
그녀는 그 밤 이불을 개면서도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애들끼리 서로 아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침에 작은며느리가 “어머님, 저희가 설거지 다 할게요.” 하자,
그녀는 괜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냐, 됐어~ 이럴 때라도 내가 할 일 있어야지.”
그녀의 표정은 말보다 따뜻했다.
명절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집 안은 고요했다.
식탁 위에는 과일 몇 개와 남편의 커피잔,
그리고 아직도 풍경처럼 남은 웃음소리가 있었다.
그녀는 그날 카페에서 말했다.
“올해 추석은 정말 풍성했어요. 마음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엔 피곤함보다 행복이 더 많이 묻어 있었다.
곰 같은 여우, 여우 같은 여우,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소 짓는 따뜻한 엄마 한 사람.
나는 커피 향 속에서 생각했다.
명절이란 결국,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누가 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구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