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한 봉지에 담긴 마음

누군가를 챙길 수 있다는 건 참 예쁜 일이다

by 응응

오랜만에 카페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미소가 들어왔다. 그녀였다. 손에는 쇼핑백이 하나 들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 시나노골드사과, 홍로, 배, 샤인머스킷, 키위가 차례로 얼굴을 내밀었다. “언니, 추석이잖아요. 과일 좀 나눠 먹어요.” "샤인머스킷은 껍질이 얇은 것으로 샀어요."
과일 한 봉지 속에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누군가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사실 그녀의 한 해는 쉽지 않았다. 늘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떠나시고, 그 빈자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눈빛이 흐릿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말투엔 힘이 있고, 표정엔 햇살이 번진다.

그녀는 막내며느리다. 게다가 시댁 차례상까지 도맡아 준비한단다. 나 같으면 그 얘기만 들어도 허리가 먼저 아플 것 같은데, 그녀는 “괜찮아요~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게 좋아요.” 하며 웃는다. 그 미소가 참 사과처럼 반질반질하다. 그 말이 어쩐지 오래 남았다. 남들은 명절이 ‘고생’이라 하는데, 그녀에겐 ‘기쁨’이었다.

그건 단순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쏟는 일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교 수학선생님인 딸은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고,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이다. 그러니까, 엄마로서도, 며느리로서도, 딸로서도 바쁜 나날이다. 그런데도 사람을 챙기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 피아노 전공자답게 인생의 음정과 박자를 스스로 잘 맞춰가며, 오늘도 세상을 부드럽게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놓고 간 과일은 다 함께 나누어 먹었다. 사과는 아삭했고, 샤인머스킷은 달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달았던 건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녀가 남기고 간 건 단지 과일 몇 알이 아니었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만들어내는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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