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의 화장, 한 걸음의 성장

by 응응

도서관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별별 장면을 다 본다.


그런데 그날은 내 기록에 새로운 장면 하나가 추가됐다.

문이 열리더니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 둘이 들어왔다.

교복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였다.

나는 잠시 ‘혹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목말라서 내려왔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카운터에 오지 않았다.
음료를 주문하지도 않고 자리에 털썩 앉더니 파우치를 꺼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거울을 꺼내 들고 화장을 시작했다.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파운데이션, 쿠션, 아이라인, 립글로스… 아이들의 손놀림은 놀라울 정도로 익숙했다.

심지어 서로의 얼굴을 봐주면서 서로 피드백까지 주고받는다.

아들만 둘을 키운 나로서는 낯설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바른 건 선크림.

그것도 억지로 발라야 하는 여름휴가철에나 겨우.

그런데 이 아이들은 벌써 얼굴 위에 작은 예술을 그리고 있었다.


카페 한쪽에서 펼쳐진 이 작은 메이크업 쇼는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처음엔 쑥스러운 듯 거울을 슬쩍 보더니 점점 대담해졌다.

눈꼬리를 길게 빼고, 볼터치를 톡톡 두드리고, 립스틱을 바른 후에는 셀카까지 찰칵.

나는 카운터에서 커피를 내리면서도 슬쩍슬쩍 그 모습을 지켜봤다.
커피 향 대신 퍼지는 건 파우더 냄새와 소녀들의 웃음소리였다.

마치 카페가 그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메이크업샵이라도 된 듯했다.
누구의 시선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 한 시간 동안 카페는 아이들의 작은 무대였다.


아이들은 거울 속의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꾸미는 데 한 시간을 쏟아부었다.

어쩌면 그건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세상 앞에 나를 표현해 보고 싶은 첫 시도다.

그 서툰 손놀림 속에, ‘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어’라는 외침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한 시간의 화장이 끝나자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파우치를 쓱 넣고는 다시 문을 나섰다.


나는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언젠가 그 아이들이 다시 와 이번엔 음료도 주문할까?

아니면 여전히 화장만 하다 나갈까?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짧은 시간이 내게 남긴 풍경이다.

아들만 둘 키운 내 일상에 스며든 낯설지만 따뜻한 소녀들의 한 시간.

그날 카페 안에 남은 건 단순한 파우더 향이 아니라 ‘자라난다’는 생생한 증거였다.

나는 그 풍경을 떠올리며 웃음을 삼켰다.


도서관 카페의 기억 속에 그 한 시간은 오래도록 웃음 섞인 장면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출처:첫,사랑을위하여]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