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독자
도서관 카페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책 속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는 학생.
잠시의 여유를 즐기는 부부.
동아리모임을 하는 분들.
노트북과 사투를 벌이는 듯한 분등.
그녀는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떠난 해방의 시간에 카페에 나타난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비장한 표정으로 주문한다.
"따뜻한 라떼 한 잔 부탁드려요."
그녀의 주문을 받으면 나는 뭉게구름처럼 큰 하트를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
2~3시간 동안 이어질 그녀의 치열한 사투에 보내는 나만의 응원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지만 내 마음만큼은 그 어떤 비싼 커피보다 풍성하게 담고 싶다.
그녀는 작가다. 정확히 말하면 동화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다.
그녀의 글쓰기는 '폭풍'과 '고요'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다.
어떤 날은 자리에 앉자마자 폭풍처럼 자판을 두드린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타닥타닥, 경쾌한 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진다.
'오, 오늘은 영감이 샘솟나 보다!' 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녀의 손가락이 멈춘다.
그리고 시작되는 고요한 삭제의 시간.
그녀는 백스페이스 키를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표정으로 누른다.
꾹, 꾹, 한 글자씩 소중하게 지워나가는 모습은 마치 애써 만든 젠가 블록을 하나씩 빼내는 것처럼 위태롭고 절실하다.
방금 태어났던 수백 개의 문장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화면에는 다시 외로운 커서 하나만 깜빡인다.
어떤 날은 유독 글이 풀리지 않는지, 한숨을 푹 쉬며 노트북을 덮어버린다.
나는 그녀를 보며 생각한다.
매일같이 나타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고, 지우고, 또 써 내려가는 그녀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고. 사라지는 문장들만큼 그녀의 꿈은 단단하게 여물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다음에도 그녀를 위해 따뜻한 뭉게구름 하트가 올려진 라떼를 준비할 것이다.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위로를 얻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친다.
"작가님, 오늘도 힘내세요! 작가님의 동화가 나오는 그날, 제가 첫 번째 독자가 되어 드릴게요."